일본 우익 세력들이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를 왜곡한 서적 두 권을 미국 지식인들에게 대량 살포하자 대다수 미국 학자들은 극도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24일 보도했다. 서적들을 전달받자마자 쓰레기통에 던졌다는 학자도 있었다.
문제의 책은 일본 우익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사의 역사전쟁(History Wars)과 반한() 성향의 오선화 다쿠쇼쿠()대 교수의 극복하기: 왜 한국은 일본 때리기를 중단해야 하는가이다. 이 책은 10월부터 미국 등 세계 역사학자들에게 대량 살포되기 시작했다. 위안부를 성 노예(sex slaves)라고 부르는 미국을 일본의 적으로까지 규정하는 등 미국에 대한 적대감도 드러내고 있다(본보 11월 24일 자 A8면 참조).
야마구치 도모미 미국 몬태나주립대 사회인류학 교수는 23일 인터뷰에서 10월 일본에서 발송된 두 권의 책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인종차별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이며 역사수정주의적 내용들로 가득 찼다고 비판했다.
야마구치 교수는 일본 우익 세력이 이 같은 책들을 보낸다고 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 학자들의 시각을 바꿀 수는 없다며 실제 책을 받은 동료 학자들과 얘기해 본 결과 마음을 바꾸겠다고 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템플대 일본캠퍼스에서 활동 중인 제프리 킹스턴 역사학과 교수도 논란이 되는 두 권의 책을 모두 받았다며 이런 비웃음을 살 만한 책들이 한일 과거사 논란과 관련한 학자들의 인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도 엉터리로 쓰였고 주장도 매우 피상적이라며 오히려 (이 같은 서적 발송이) 비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역사전쟁은 완전히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대학 교수는 저급한 서적의 표본으로 거론될 만한 것이라며 이 책들을 받은 즉시 쓰레기통에 넣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