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부산은 지진 공포로 술렁거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진 두 게시물이 발단이었다. 해변까지 올라와 파닥거리는 물고기 떼, 하늘을 가득 덮은 까마귀 떼 영상을 각각 증거라며 제시한 게시물이 일으킨 괴담은 독버섯처럼 번져 나갔다.
앞서 같은 달 5일 울산 인근 해안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21일 부산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해 시민 신고가 빗발쳤다. 평소 같으면 황당한 장난으로 치부될 글이 ‘정말 대지진이 오려나’ 하고 솔깃하게 들렸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SNS 게시물은 치밀하게 기획된 가짜뉴스 성격의 ‘홍보물’이었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8일 인터넷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홍보를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로 이 사이트 홍보팀장 이모 씨(25)를 구속하고 김모 씨(25)를 비롯한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필리핀에 사무실을 둔 이들은 게시물 하단에 도박 사이트를 소개하는 글과 사이트로 연결되는 SNS 계정을 넣어 홍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쓴 까마귀 떼, 물고기 떼 영상은 수년 전 울산과 경북 울진에서 누군가가 각각 찍어 인터넷에 올린 것이었다.
이들은 범행을 위해 팔로어가 수만 명인 SNS 계정을 사들였다. 또 스스로 여러 SNS 계정을 만들어 전방위로 ‘친구 맺기’를 해놓았다. 이 결과 까마귀 떼 영상은 SNS에서 조회수 200만 회에 달했다.
한편 국민안전처, 환경부 등의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당시 악취는 도시가스에 주입되는 부취제(附臭劑·가스에 넣어 냄새를 나게 해 누출 등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물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