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라 진단검사 단계부터 과부하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확진 판정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하루에 분석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건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확진자 증가에 대비해 선별진료소에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한 것이 오히려 혼잡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양성률 증가에 검사 처리 지연 우려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국내 코로나19 검사 양성률은 30.7%로 집계됐다. 선별진료소에 방문해 검사를 받은 사람 3명 중 1명꼴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검사 양성률은 지난달 1%대까지 떨어졌으나 3일 처음 10%를 넘긴 이후 매일 치솟고 있다.
방역당국 안팎에선 검사 양성률 증가에 따라 기존 검체 분석법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선 검체를 5개씩 묶어서 분석하는 ‘풀링 테스트’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양성률이 낮을 때는 이 방식이 검사 효율성을 높인다. 하지만 양성률이 20%를 넘어서면 5개를 합친 검체가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어떤 검체가 양성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모든 검체를 개별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검사 방식을 일괄적으로 개별검사로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 유증상자, 밀접접촉자 등 양성률이 높은 집단에는 풀링 테스트 활용을 중지하고, 선제검사 대상자 등 양성률이 낮은 집단에만 계속해서 풀링 테스트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관계자는 “풀링 테스트와 개별검사를 병행하면 현재 하루 85만 건인 코로나19 검사 가능 건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어느 정도 감소할지는 상황을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바뀐 검사 체계에 오히려 길어진 대기줄
3일부터 전국 선별진료소에서 밀접접촉자, 60세 이상 등만 PCR 검사를 받고, 나머지는 자가검사키트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바뀐 검사 체계로 인해 오히려 선별진료소는 더 혼잡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는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마친 사람 40명가량이 “음성입니다”라고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 검사소에서 15분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이 나오면 종이로 된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고 검사소를 떠났다. 이날까지 8번 해당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은 어린이집 교사 전모 씨(26·여)는 “대기부터 검사 완료까지 1시간 20분 걸렸다”며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하면 대기 시간이 짧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전히 오래 기다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혼잡도가 심해지며 하루 검사 건수가 줄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 관계자는 “검사 체계 전환 전에 많게는 하루 약 2000명이 검사받았으나 최근에는 1300∼1400명 정도 검사하는 중”이라며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한 뒤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오히려 적체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