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얇은 화면을 손에 들고 마음대로 접고 늘이고 구겼다 폈다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
LG디스플레이는 미래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는 고화질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늘이기, 접기, 비틀기 등 어떤 형태로도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해 궁극의 ‘프리폼(Free-Form)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이번에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시제품은 세계 최초로 △12인치 화면이 14인치까지 신축성 있게 늘어나면서도(20% 연신율) △일반 모니터 수준의 고해상도이며 △적녹청(RGB) 풀컬러를 동시에 구현했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전자 피부를 개발하는 등 관련 연구가 이어졌지만 통상적인 디스플레이 수준의 해상도와 풀컬러를 구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기술의 핵심인 유연성, 내구성, 신뢰성을 기존 대비 획기적으로 높여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난제를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콘택트렌즈에 쓰이는 특수 실리콘 소재로 신축성이 뛰어난 필름 형태의 기판을 개발해 유연성을 크게 높였다는 것이다. 4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발광원을 사용해 외부 충격에도 화질 변화를 방지할 수 있는 내구성도 확보했다. 기존의 직선 형태 배선 구조를 ‘S자’ 스프링 형태 배선 구조로 바꾸는 등 설계를 최적화해 반복해서 구부리거나 접어도 성능을 유지하도록 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피부나 의류, 가구 등 불규칙한 굴곡면에도 접착할 수 있다. 옷처럼 입거나 몸에 부착하는 정보기술(IT) 기기 시대를 가능케 해 웨어러블, 모빌리티, 스마트 기기, 게이밍, 패션 등 다양한 산업에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는 “정부 주도의 국책 과제로 개발 중인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한국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고,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