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독재 체제에 맞서 저항하다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했던 고 김남주 시인(1946∼1994) 등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나경)는 8일 김 시인의 유족과 당시 전남대 학생 5명, 이들의 가족 등 모두 42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청구한 금액 일부를 인정해 1인당 390만∼11억5970만 원 등 총 3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시인 등 6명은 전남대 재학 중이던 1972년 12월 반유신 첫 지하신문인 함성지를 제작해 전남대, 광주 지역 고교에 배포했다. 이른바 ‘함성지 사건’으로 인해 김 시인 등은 1973년 3월 수사기관에 167∼284일 동안 구금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김 시인은 그해 3월 19일 연행돼 11월 27일까지 284일 동안 구금됐다.
당시 이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지만 2021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당사자와 유족들은 2014년 재심을 청구했고 광주고법은 6년 만인 2021년 정부의 불법 체포·감금 등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 시인 등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돼 국민을 불법으로 구금하고 증거를 조작해 위법한 재판을 받게 해 불법성이 매우 크다”며 “50여 년간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