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는 의대, 인문계는 로스쿨이 사실상 우수한 학생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버렸어요.”
4일 수도권 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관계자는 “어릴 때 시험 준비를 시작하느냐, 좀 더 나이들어서 시작하느냐의 차이일 뿐 대학 재학생이든 졸업생이든 결국엔 로스쿨 시험에 응시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처럼 상경계열이나 문과계열 등 인문계 학생들이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되기 위해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으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에 따르면 2008년 리트가 처음 치러진 이래 올해 응시자 수가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23일에 치러질 예정인 리트에 응시한 지원자가 1만7360명으로 나타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응시율이 90% 안팎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응시자 수 1만3193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내다봤다.
2015년 7585명이 응시한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리트 응시자 수는 증가해왔다. 2019년 1만291명으로 처음으로 응시자 수가 1만 명을 돌파했고, 2020년 1만1150명, 2021년 1만2622명, 지난해 1만3193명이 리트에 응시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인기가 높았던 공무원이 더 이상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라며 “고용 불안을 겪지 않는 동시에 높은 연봉을 받길 원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전문직이 되기 위해 의대와 로스쿨로 쏠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 · 최미송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