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브릿지론 절반 터질지도”…‘위기의 싹’ 빨리 도려내라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토지 매입 등을 위한 사업 초기대출(브릿지론) 약 30조 원 중 많게는 절반가량이 손실 처리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5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건설사, 2금융권 등 시장 참가자들과 릴레이 회의를 열고 대응책 모색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1조5000억 원 늘었다. 이중 증권사의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17.28%까지 치솟았고,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년 새 3배로 뛰웠다. 저축은행에만 부실이 집중됐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제2금융업권 전반으로 부실이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내년에 만기가 몰린 브릿지론이다. 토지 매입 등을 위해 사업 초기에 고금리 단기대출을 받았는데, 공사비용 상승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아졌다. 사실상 사업을 하지 않고 이자만 내는 ‘좀비 사업장’이 된 것이다. 이들 사업장이 금융비용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한꺼번에 무너지면 이들에게 돈을 빌려 준 중소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금융권으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 신용경색에 따른 건설사 등의 연쇄도산도 우려된다.

PF시장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극심한 경색에 시달리다가 정부가 50조 원 이상의 자금 지원을 약속하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1년이 넘도록 정상화되지 못하고 금융기관의 지원에만 의존해 연명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올해 하반기면 금리인상 기조가 끝나고 부동산 경기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에 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며 부실을 미래로 떠넘겨왔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시간 벌기 식의 임시 대응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대출 연장으로 버티는 상황이 길어지면 이자 부담이 누적돼 오히려 부실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부실 사업장이 제때 정리돼야 저렴한 토지가 시장에 다시 나오게 돼 주택공급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냉철한 사업 평가를 통해 풍선에서 서서히 바람을 빼듯 사업성이 낮은 곳부터 순차적으로 정리해나가야 한다. PF 부실이 금융과 실물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