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는 겉으로만 한국적인 영화가 아니라 한국적인 철학과 이데올로기가 깊이 들어 있는 영화입니다. 열두 살까지 한국에서 자란 제 안의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왔기 때문일 거예요.”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 감독(36·사진)이 상기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6일 한국 언론과 처음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송 감독은 아카데미 수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믿기 어려운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의 주제인 ‘인연’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선 누구나 알지만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많은 관객들이 인연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남녀가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게 되면서 인생과 인연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다음 달 6일 개봉한다.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의 성공에 대해 영화 ‘기생충’(2019년)이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이 한국어로 된 영화지만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자막이 있는 영화를 대중적으로 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와 더불어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처럼 한국계 미국인들의 콘텐츠가 인정받는 것에 대해서는 “‘이민자’라는 정체성은 한국적 요소와 연결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살면서 시간과 공간을 옮기는 것은 모두가 할 수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감독은 영화 ‘넘버3’(1997년) 송능한 감독의 딸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한 아버지의 반응을 묻자 “진짜 재밌고 특이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없다”며 “그냥 온 가족이 너무 신나고 좋았다”며 웃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