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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돈 아까워” 청년 10명 중 4명 병원 안 갔다

“바쁘고 돈 아까워” 청년 10명 중 4명 병원 안 갔다

Posted February. 14, 2024 08:48,   

Updated February. 14, 20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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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회사에서 인턴 중인 윤주현 씨(25)는 3주 전 감기 기운을 느꼈지만 병원에 가지 않고 버텼다. 오후 6시에 퇴근하면 대다수 병원이 문 닫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편의점에서 종합감기약을 사먹고 버텼다. 윤 씨는 “일주일 정도 아팠다. 병원을 안 가니 상대적으로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4명은 바쁘고, 돈이 아까워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만 19∼34세 청년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41.6%가 ‘최근 1년간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병원을 찾지 못한 이유로는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바빠서)’가 47.1%로 가장 많았다. ‘병원비(진료비)를 쓰는 것이 아까워서(의료비 부담)’ 33.7%, ‘약국에서 상용약품(비처방약)을 사먹는 편이어서’(9.3%)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이원근 씨(26)도 웬만큼 아파선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틴다. 지난달엔 체온이 39.8도까지 올라 어쩔 수 없이 오전 10시 반에 가게 문만 열고 병원을 찾았다. 수액을 맞고 식당으로 돌아가니 오후 1시 반이었다. 이 씨는 “병원에서 ‘다시 오라’고 했는데 바쁜 점심시간에 가게를 비우기 어려워 다시 가진 않았다”고 했다.

청년들이 친구나 가족 등 주변인에게 도움을 받는 일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5.2%는 ‘아플 때 도움을 요청할 만한 주변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있다’고 한 청년의 52.4%도 ‘최근 1년간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정서적으로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밝힌 비율은 13.2%, ‘최근 한 달간 사적으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 비율도 16.4%에 달했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6)는 “동년배도 다 머리가 복잡한 시기이고 만나도 신세 한탄만 하니까 끼니는 주로 혼자 떼우게 된다”고 했다.

특히 청년의 절반 이상(52.9%)은 최근 1년간 병원, 건강검진센터, 보건소 등에서 건강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30세대를 대상으로 청년건강검진 홍보를 강화하고, 취약 청년에 대한 의료비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민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