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MZ세대’ 감독이 탄생했다. 그것도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팀 문화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KIA가 1호 기록을 남겼다.
KIA는 1981년생인 이범호 타격코치(사진)와 2년간 총 9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에 감독 계약을 맺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로써 KIA는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종국 전 감독을 지난달 29일 해임한 지 보름 만에 신임 감독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
KIA 구단은 “이 감독이 퓨처스(2군) 감독과 1군 타격 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지금의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심재학 KIA 단장은 “이 감독은 아이디어가 많은 지도자”라고 평하며 “지난달 열린 구단 전력 세미나 때도 선수단의 실제 타격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투구자동판정시스템(ABS) 대응 방안, 팀 타격 사이클 침체 대비책 등을 발표해 최준영 구단 대표이사에게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팀이 전지훈련 중인 호주 캔버라에서 10일 온라인으로 감독 면접을 치렀으며 13일 오전까지 타격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다 오후부터 감독으로 훈련을 이끌었다. 이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감독을 맡게 돼 걱정도 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팀을 꾸려가겠다”면서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5년 전까지 선수로 뛰었던 이 감독은 현역 최고령 프로야구 선수인 추신수(SSG)보다 겨우 230일 먼저 태어났다. KIA 팀 내 최고령인 최형우(41)보다 두 살이 많을 뿐이다. 다만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35세였던 1986년 청보 지휘봉을 잡은 적이 있는 등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감독은 아니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00년 한화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2010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 진출했다가 2011년 KIA와 계약하며 국내로 돌아왔다. 2019년 선수 은퇴 후에도 KIA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총 14년을 KIA에서 보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만루홈런을 총 17개 날렸는데 이는 여전히 프로야구 역대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17년에는 KIA 선수로 한국시리즈 우승도 맛봤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