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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지키려 수술 미룬 40대, 5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나

태아 지키려 수술 미룬 40대, 5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나

Posted February. 27, 2024 08:39,   

Updated February. 27, 20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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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속 아이를 지키기 위해 뇌혈관질환 수술을 미뤘던 40대 여성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사 상태였던 이하진 씨(42·사진)가 좌우 콩팥과 간장, 폐장, 심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26일 밝혔다.

이 씨는 2020년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모야모야병은 내경동맥의 끝부분이 막히면서 연기 모양의 이상 혈관이 생기는 뇌혈관 질환으로 악화되면 뇌출혈과 뇌졸중 등으로 이어지며 사망할 수 있다. 의료진은 상태가 악화되자 수술을 권했지만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이 씨는 수술을 미뤘다.

이 씨는 둘째 아들의 첫 돌이 지난 후인 지난해 12월에야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회복 과정에서 인플루엔자(독감)를 심하게 앓았고 지난달 17일 뇌출혈이 발생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남편 김동인 씨는 이 씨가 생전 장기기증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는 점을 떠올렸고 자녀들이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 씨는 자폐증이 있는 언니와 함께 성장했으며 항상 양보하고 타인을 잘 보살피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남편 김 씨는 “아이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 걱정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달라”며 부인에게 작별을 고했다. 아들 민재 군(10)도 “15개월 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낼 테니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숭고한 결정으로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새 삶을 받은 5명의 수혜자도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