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이던 삼성전자의 순위가 지난해 3위로 하락했다. 삼성이 3위로 밀려난 것은 2001년 통계 집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기존 8위에서 삼성을 제치고 2위로 급부상했다.
29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443억7400만 달러(약 59조8000억 원)로 전년 대비 33.8% 급감했다. 이 영향으로 업계 매출 순위가 2022년 1위에서 지난해 3위로 밀려났다. 옴디아가 통계를 집계한 2001년 이후 첫 3위다.
반면 인텔은 지난해 매출이 511억9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8% 줄었지만, 삼성보다 매출 감소 폭이 작아 1위를 탈환했다. 메모리 의존도가 높은 삼성과 달리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가 주력이라 업황의 영향을 덜 받은 것이다.
AI 구동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엔비디아는 순위가 8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엔비디아 매출은 491억6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3.6% 급등했다. 옴디아는 “반도체 침체에도 불구하고 AI는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는 이 시장에서 명백한 승리자”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 반도체가 극심한 불황을 겪은 것과 달리 올해는 메모리 재고 과잉이 상당 부분 해소된 데다 AI칩 수요 폭증과 맞물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I 애플리케이션에서 고용량 HBM은 경쟁력이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HBM3E(5세대 HBM) 12단을 고객들이 더 찾는 이유”라며 “HBM 리더십이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고 밝혔다.
박현익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