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묻지 마 SOC 총선공약 싹 걷어내라

22대 총선의 여야 당선인들이 선거 기간 중 쏟아낸 사회간접자본(SOC) 공약 이행에 최소 278조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에 답한 당선인의 공약만 집계했는데도 올해 정부 예산의 40%나 되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다. 얼마가 들지 불확실하거나, 응답하지 않은 당선인의 공약을 합하면 소요액은 훨씬 더 불어날 전망이다. 허풍선이 약속이 매번 되풀이되면서 총선 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과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당선인들에게 핵심 공약과 재원마련 방안을 물었더니 166명이 답했다. 이들의 5대 핵심공약 중 73%는 교통인프라 확충 등 SOC 사업과 관련한 공약이었다. 재정이 필요한 SOC 공약 10개 중 6개는 아예 비용 계산이 불가능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급행철도(GTX)와 관련해 자기 지역구까지 노선을 연장하거나, 경유 지선을 만들거나, 정차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당선인만 15명이었다. 공약 하나 당 1조 원 넘는 돈이 든다.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건설·토목 공약은 그 외에도 수두룩하다. 경기도에는 자기 지역구에 ‘제 3롯데월드’ ‘제 2 에버랜드’를 유치,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한 당선인들도 있었는데, 해당 회사들은 전혀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고 한다.

당선인들이 무리해 내놓은 공약들을 실행에 옮길 경우 빚에 짓눌린 정부,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관련 예산이 풀려 통화량이 늘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공산도 크다. 2개월째 3%를 넘긴 물가 때문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어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기준금리 인하의 예상시점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의 고통은 결국 대출 빚에 허덕이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여야 지도부의 개발공약만으로도 수십∼수백 조 원의 출혈성 지출이 예고돼 있다. 철도 지하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등은 여야가 모두 약속해 어떤 식으로든 돈이 풀릴 것이다. 대선·지방 선거와 달리 총선 후보는 공약재원 조달방법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선거법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그러는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사상 처음 50%를 넘었다. 실익없이 돈만 드는 ‘묻지 마 공약’의 옥석을 가려, 새 국회 출범 전에 불필요한 공약은 과감히 걷어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