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의료 공백 탓이 아닌가
Posted April. 17, 2024 08:31,
Updated April. 17, 2024 08:31
정말 의료 공백 탓이 아닌가.
April. 17, 20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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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 당시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보건의료 재난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대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의료 공백 사태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 사회는 예상보다 조용하다. 그 사이 응급실을 표류하다 사망한 환자가 여럿이다. 11일에는 부산에 사는 50대 심혈관 질환자가 병원 10곳 이상에서 응급실 수용을 거절당한 끝에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충북 보은군에서 도랑에 빠진 3세 여야와 충북 충주시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이, 그보다 한 달 전에는 대전에서 80대 심정지 환자가 병원마다 이송을 거부당했다. 그리고 사망했다. 신문에 보도된 사례만 추렸는데 이렇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수용이 어려웠다며 울분을 토했다. 여기서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팽팽히 대치하던 정부와 의료계가 “전공의 이탈 탓이라 볼 수 없다”며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부는 매번 전공의 이탈의 영향을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공식적으로 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없다. 의료계는 “이송이 됐더라도 살릴 수 없었던 환자”라고 주장한다. 정부와 의사가 ‘당연한 죽음’이라는데 환자가 이를 뒤집을 방법은 없다. 부산, 대전까지 의료 취약 지역이라 봐야 하나 싶지만, 지역일수록 응급 의료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수도권 대학병원보다 지역 중소병원이 전공의 비율이 낮아 이탈의 영향이 덜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죽음에 정말 의료 공백의 영향은 없는 것일까. 응급실이야말로 싼 인건비로 야근시킬 전공의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 의료 시스템에 전공의 이탈로 과부하가 걸렸을 수도, 응급 환자의 마지막 보루인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응급실을 축소해 이송받을 여력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정부나, 의료계나 이런 가능성은 배제한 채 어쩔 수 없던 일이라고 한다. 환자들의 증언은 정부나 의료계의 주장과는 다르다. 15일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에게 A중소병원에 입원 중인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전화가 걸려 왔다. 혈액 투석에 문제가 생겼다며 대학병원에 가라고 하는데 진료받던 B대학병원에선 전공의가 없다며 응급실서 받아주질 않는다고 했다. 이 병원에선 나가라고, 저 병원에선 오지 말라 한다며 울먹였다. 김 대표는 전공의가 없어 수술이 밀렸다는, 입원이 안 된다는 전화를 날마다 받고 있다. 통계도 환자들의 증언을 뒷받침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 이후 119구급차가 응급실까지 갔다가 수용을 거부당한 재이송 사례가 평소의 2.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을 피하고 싶은 정부는 의료 체계에 탈이 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의료계는 행여 의대 증원의 필요성이 부각될까 응급실은 무탈하다고 강변한다. 언제는 세계 최고 의료라더니 사실은 응급실을 표류하다 죽는 일이 일상이라고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고작 숫자를 두고 정부와 의사들이 힘겨루기 하는 사이 환자들은 “살려 달라”고 절규한다. 전공의는 복지부 차관을 고소했지만, 의사에게 생명을 맡긴 환자들은 치료에 차질이 생길까 의사를 고소할 수 없다. 아픈 몸을 이끌고 시위를 할 수도 없다. 치료 시기를 놓쳐 죽은 환자는 더욱이 말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극적인 해결을 고대했던 환자들은 또 절망했을 것이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도, 무조건 철회만 외치는 의료계도 “환자를 위해서”라고 한다. 내일의 환자를 위해 오늘의 환자는 희생당해도 되는가. 우리 사회 강자끼리 싸우는 동안 정작 약자인 환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다. 의료 공백은, 그래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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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 당시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보건의료 재난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대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의료 공백 사태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 사회는 예상보다 조용하다.
그 사이 응급실을 표류하다 사망한 환자가 여럿이다. 11일에는 부산에 사는 50대 심혈관 질환자가 병원 10곳 이상에서 응급실 수용을 거절당한 끝에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충북 보은군에서 도랑에 빠진 3세 여야와 충북 충주시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이, 그보다 한 달 전에는 대전에서 80대 심정지 환자가 병원마다 이송을 거부당했다. 그리고 사망했다. 신문에 보도된 사례만 추렸는데 이렇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수용이 어려웠다며 울분을 토했다. 여기서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팽팽히 대치하던 정부와 의료계가 “전공의 이탈 탓이라 볼 수 없다”며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부는 매번 전공의 이탈의 영향을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공식적으로 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없다. 의료계는 “이송이 됐더라도 살릴 수 없었던 환자”라고 주장한다. 정부와 의사가 ‘당연한 죽음’이라는데 환자가 이를 뒤집을 방법은 없다.
부산, 대전까지 의료 취약 지역이라 봐야 하나 싶지만, 지역일수록 응급 의료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수도권 대학병원보다 지역 중소병원이 전공의 비율이 낮아 이탈의 영향이 덜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죽음에 정말 의료 공백의 영향은 없는 것일까.
응급실이야말로 싼 인건비로 야근시킬 전공의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 의료 시스템에 전공의 이탈로 과부하가 걸렸을 수도, 응급 환자의 마지막 보루인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응급실을 축소해 이송받을 여력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정부나, 의료계나 이런 가능성은 배제한 채 어쩔 수 없던 일이라고 한다.
환자들의 증언은 정부나 의료계의 주장과는 다르다. 15일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에게 A중소병원에 입원 중인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전화가 걸려 왔다. 혈액 투석에 문제가 생겼다며 대학병원에 가라고 하는데 진료받던 B대학병원에선 전공의가 없다며 응급실서 받아주질 않는다고 했다. 이 병원에선 나가라고, 저 병원에선 오지 말라 한다며 울먹였다.
김 대표는 전공의가 없어 수술이 밀렸다는, 입원이 안 된다는 전화를 날마다 받고 있다. 통계도 환자들의 증언을 뒷받침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 이후 119구급차가 응급실까지 갔다가 수용을 거부당한 재이송 사례가 평소의 2.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을 피하고 싶은 정부는 의료 체계에 탈이 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의료계는 행여 의대 증원의 필요성이 부각될까 응급실은 무탈하다고 강변한다. 언제는 세계 최고 의료라더니 사실은 응급실을 표류하다 죽는 일이 일상이라고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고작 숫자를 두고 정부와 의사들이 힘겨루기 하는 사이 환자들은 “살려 달라”고 절규한다. 전공의는 복지부 차관을 고소했지만, 의사에게 생명을 맡긴 환자들은 치료에 차질이 생길까 의사를 고소할 수 없다. 아픈 몸을 이끌고 시위를 할 수도 없다. 치료 시기를 놓쳐 죽은 환자는 더욱이 말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극적인 해결을 고대했던 환자들은 또 절망했을 것이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도, 무조건 철회만 외치는 의료계도 “환자를 위해서”라고 한다. 내일의 환자를 위해 오늘의 환자는 희생당해도 되는가. 우리 사회 강자끼리 싸우는 동안 정작 약자인 환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다. 의료 공백은, 그래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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