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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비서실장은 ‘정무형’… 尹 안 바뀌면 교체 하나마나

세번째 비서실장은 ‘정무형’… 尹 안 바뀌면 교체 하나마나

Posted April. 23, 2024 08:28,   

Updated April. 23, 202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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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을 새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4·10 총선 민심을 수용하기 위한 인적쇄신의 첫 카드로 여당 소속 5선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또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정무수석에 임명했다. 사의를 밝혔던 이도운 홍보수석은 유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 실장은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통령께 객관적인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세 번째 비서실장인 정 실장은 신문기자 출신으로 대통령 정무수석과 여당 비대위원장 등을 지낸 ‘정무형’ 인사다. 특히 둘은 1960년 동갑내기로 친구 사이로 3년 전 정치 입문을 고민하던 대통령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편한 동갑 친구를 비서실장으로 두는 게 인재를 널리 구하라는 민심에 순응했다고는 보기는 어렵다. 쓴소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만큼 ‘친구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이 듣기에 불편한 민심일지라도 가감없이 보고하고, 때때로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각종 회의 때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주로 발언을 하고, 참모들의 고언도 잘 먹히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통령이 뜬금없이 이념을 강조할 때도, 기자회견이 1년 반 넘게 열리지도 않을 때도 내부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구상을 김건희 여사와 가깝다는 비선 라인이 언론에 흘리는 황당한 일까지 대통령실에서 벌어졌다. 정 실장은 ‘친구 비서실장’이란 우려를 덜기 위해서라도 속도감 있게 업무 기강을 바로세워야 한다.

윤 대통령이 넘어야 할 정치적 난관은 하나 둘이 아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특검법 등 쟁점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민주당 동의를 얻어야 예산확보나 법률 제개정 같은 정책 추진도 가능해진다. 야당은 정 실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유죄 판결을 받는 것도 문제삼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 야당과 광폭 소통하는 한편 전에 없던 협치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모든 변화는 최종 결정권자인 윤 대통령에게 달렸다. 총선 후 대통령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첫 만남을 제안했다. 또 “말수를 줄이고 더 듣으면서 통치 스타일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취임 3개월 뒤 20%대 지지율을 기록했을 때도,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때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결국 말이 아니라 대통령의 실천에 달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