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가장 높은 이탈리아에서 더 이상의 적자를 막기 위해 새로운 정부 지원금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종의 세금 공제 제도인 ‘슈퍼보너스’ 같은 지원 정책 탓에 재정적자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EU 회원국 27곳의 GDP 대비 평균 재정적자 비율이 기존 3.4%에서 3.5%로 늘었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이탈리아는 이 수치가 7.4%로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헝가리(6.7%), 루마니아(6.6%) 등도 재정적자 비율이 높은 나라로 꼽혔다. 이탈리아, 프랑스(5.5%), 스페인(3.6%) 등 회원국 11곳이 EU가 재정관리를 위해 정한 상한선인 ‘GDP 대비 3%’를 모두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재무부는 지난해 4월 ‘2023년 재정적자 목표치’를 GDP 대비 4.5%로 잡았다가 그해 9월에는 5.3%로 완화했지만 결국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탈리아가 심각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이전 정부가 도입한 ‘슈퍼보너스’ 정책이 꼽히고 있다. 정부가 주택과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비용의 최대 110%를 5년 동안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0년 도입돼 경기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 정부는 슈퍼보너스 관련 예산이 4일 기준 1600억 유로(약 234조 원) 이상 지출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또한 지난해에만 GDP의 약 4%를 슈퍼보너스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공개했다. 정부 추정치의 5배를 웃도는 규모다.
이탈리아 은행은 의원들에게 “새로운 인센티브를 도입할 때 최근 조치(슈퍼보너스)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각종 지원금이나 공제 혜택을 시행하기 전에 재정적자에 미칠 영향을 따져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은 또 현 정부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감세 정책을 내년까지 연장하려 해 재정 관리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이달 초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과도한 적자를 우려했다. 유로뉴스는 “재정적자가 국가 경제성장에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과거 유럽을 괴롭혔던 재정적자의 악몽이 부활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