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라는 죽음의 호수를 만드는데 8300억원의 국가 예산이 낭비됐지만 아무도 책임질 사람은 없다. 앞뒤를 살피지 않는 우격다짐 개발과 정부 정책조정 기능의 고장이 엄청난 실패를 불렀다는 점에서 시화호는 우리에게 몇가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우선 2개시 1개군에 걸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어떻게 장기간에 걸친 치밀한 국토개발계획에 터잡지 않고 중동건설경기 퇴조로 남아도는 장비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됐느냐는 것이다. 공단지역을 흘러나오는 썩은 물을 가두어 농업용 호수로 만들겠다는 탁상 계획이 어느 곳에서도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화호는 정책실패에 한국적 정경유착이 어우러진 국토환경 파괴였다. 한국에는 유달리 경기순환에 따라 주기적으로 어려움에 빠지는 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한 공사가 많다. 국토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개발이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명분으로 결정이 내려지다 보니 환경 인구 교통 상하수도 등 종합적인 검토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전두환 정부 이후의 역대 정부도 환경전문가들의 이의 제기에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둑쌓기 공사를 계속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결국 시화호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인천 안산 등 시화호 일대 주민들이 악취와 두통을 호소하면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번 파괴된 환경을 되돌려 놓을 수는 없었다.
97년부터 시화호의 배수갑문을 열어 바닷물로 오염을 희석시키고 있음에도 최종 결정을 3년이나 미룬 것은 비난여론과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술책이었을 것이다. 시화호를 해수호로 계속 유지하겠다는 환경부의 시화호 대책 발표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역대 정부의 잘못을 진솔하게 반성해 교훈을 얻겠다는 진지한 자세는 보이지 않고 예산낭비와 정책실패를 감추기 위한 둔사를 늘어놓고 있다. 해수호가 되더라도 해안선을 101 단축해 육지화한 7개 섬 주민 5000여명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했다거나 매립지 높이를 낮추어 산림훼손 면적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식의 변명은 기가 찰뿐이다.
제2의 시화호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전북 새만금 간척사업도 현재 전체 방조제 33 중 공정이 60%를 넘어섰지만 시화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철저한 담수호 수질개선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새만금 사업은 규모가 시화호의 몇배를 넘기 때문에 환경적인 고려를 소홀히 하면 서해의 재앙 이 될 수 있다.
이번 시화호가 주는 교훈은 국토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규모 개발사업일수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