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일은 납세자의 날. 지난해 국세청이 납세자의 의무보다 권리를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조세의 날을 납세자의 날로 바꿨다.
과연 이름대로 납세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을까. 올해 국민 1인당 내야할 세금은 251만원이지만 여전히 한국 납세자는 납세의 의무만 부담하고 있을 뿐 권리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시화호사업 백지화 등을 계기로 정부 및 공공기관들의 예산 낭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잘못된 예산 집행을 감시해 납세자 주권을 회복하자는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줄줄 새는 혈세
시민단체들이 꼽은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는 시화호 담수화 사업 9200여억원 경기 하남시 국제환경박람회 186억원 전북 익산시 보석박물관 230억원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연금조로 변칙 지급된 45억원 등이다.
또 연간 2000억원 이상이 밥값으로 지출되는 지방자치단체장 판공비, 관광성 외유에 그치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연간 150억원의 예산이 낭비되는 계도지 구입비 등도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사례로 꼽힌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이필상대표는 예산 낭비는 당장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없을지 모르지만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돈이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납세자 소송법 제정될까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서울YMCA, 경실련 등 8개 시민단체들은 2일 서울 종로구 종로2가 YMCA 강당에서 2001 납세자대회를 열고 올해를 납세자 권리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이 납세자 권리회복을 위해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은 것은 납세자 소송에 관한 특별법(납세자소송법)의 제정이다. 이 법은 지난해 12월 67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입법 청원했으며 한나라당 이주영의원 등 여야 의원 20여명이 의원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납세자소송법은 시민이 예산 집행의 중지 및 낭비된 예산 환수를 위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납세자 소송 결과 손해 발생의 예방 등 경제적 이익이 있으면 그 이익의 10분의 1(10억원 한도)을 소송 당사자에게 제공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하승수()실행위원장은 납세자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 대해 해고나 징계 등 불이익을 줄 수 없게 하고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도 납세자 소송에 원고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항이 법안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외국 사례
함께하는시민행동 하승창사무처장은 미국에서는 시민이 연방 정부의 낭비 예산 환수 소송을 할 수 있는 연방법의 키탐(qui tam)소송제가, 일본에서는 주민소송제가 있다면서 이로 인해 미국은 연간 4억5800만달러, 일본은 300억엔의 예산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