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북측의 일방 통보로 연기되자 그 배경을 두고 추측과 분석이 무성하다. 그러나 북측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불참한다고만 알려 와 그 진의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북측의 태도를 분석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 당국자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측의 불만이 회담 불참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종전의 예를 보더라도 북측이 회담 결과에 불만이 있었다면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는 좀더 강한 표현을 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고위당국자는 추측으로는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전금진()내각 책임참사의 건강이 썩 좋지 않다고 하는 얘기가 있다며 개인적인 사정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른 당국자는 회담 불참 이유를 여러 가지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만 봐도 북측 내부사정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불만이 있었다면 12일 오후 판문점에서 정상적으로 체류일정을 협의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북측의 회담 불참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았다. 북측이 미국측의 대북 강경입장을 확인한 만큼 내부 협상전략을 새로 짤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측의 자극적인 대북 발언에 대한 불쾌감과 남측에 대한 간접적인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 김대중()대통령이 남북관계보다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북한은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615공동선언에 대한 남측의 이행의지에 의구심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북한이 13일 회담 불참 통보 직전 평양방송을 통해 외세배격, 민족공조를 유난히 강조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통일연구원 전성훈()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남 및 대미정책에 대한 내부 입장을 아직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지대 서동만()교수는 남측의 상황 변화에 대해 좀더 시간을 두고 보자는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배경으로 이번 회담에서 북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논의가 본격화할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연구위원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다음에 열릴 장관급회담에서는 북측이 이 문제를 준비해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북측으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얻을 것이 별반 없는 반면 남측의 요구사항은 많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풀이다.
북측이 공화국 최대 과제로 여기는 전력지원 문제에 대해 남측은 공동실사후 지원여부를 결정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현대의 금강산관광 사업이 주춤거리는 등 남측의 경제사정이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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