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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경제 침체 국내영향

Posted March. 15, 20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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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캐나다와 멕시코는 몸살을 앓고 한국 태국 대만은 독감에 걸린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미국 경기침체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이런 비유를 했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지구촌을 강타하는 요즘, 한국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미국 경제의 움직임이 걱정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대외교역을 지탱하는 또다른 축이자 경쟁관계인 일본 경제까지 극도로 위축된 것에도 신경이 쓰인다.

삼성의 한 임원은 가뜩이나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힘겹던 터에 주가폭락과 수출환경 악화라는 두가지 악재가 더해진 형국이라며 해외요인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33.7%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품은 총 403억달러 가운데 반도체(79억달러) 자동차(51억달러) 컴퓨터(50억달러) 무선통신기기(30억달러) 의류(23억달러) 등 몇몇 주력업종에 집중된 게 특징. 이들 품목이 한국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이는 전반적인 불황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수출은 최대 54억달러가 줄어든다. LG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미국경기가 좋지 않으면 당연히 미국시장을 뚫기가 힘들어지겠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또다른 수출시장인 동남아와 유럽연합(EU) 등의 경기가 함께 둔화돼 전체적인 수출이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줄어 기업 현금흐름이 나빠지면 기업실적 악화주가하락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의 위축을 불러 가까스로 일부 업종에서 살아날 기미를 보였던 경기가 또 한번 주저앉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의 장기불황으로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일본상품의 수출경쟁력은 높아지게 된다. 이럴 경우 동남아와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 기계 전자 등 한국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는 엔화가치가 10% 하락하면 한국의 경우 연간 수출은 27억달러, 수입은 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 경합을 벌이는 제품의 수출비중이 대만보다 2025% 높아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