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지 두 달이 된다. 그동안 남북한과 한미, 북미관계에서 드러난 변화의 조짐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굳이 대차대조표 형식으로 따져본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북한
북한의 처지가 가장 어려워졌다는 데에 이론이 없어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의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부시 정부는 빌 클린턴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자세다. 한국측도 부시 정부의 처지를 반영해 상호주의에 더욱 무게를 둘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시 정부의 강경 방침을 확인한 북한은 격렬한 대미 비난 공세에 나섰다. 북측의 반발은 미국에 대해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성격이 더 강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미측으로부터 기대한 만큼의 보장을 받지 못할 경우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되돌아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
한국의 득실은 반반 정도로 볼 수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조기에 찾아낸 것은 소득이다. 그러나 앞으로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미국의 방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고 내부적으로도 보수계층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북미관계가 다시 경색되면서 남북관계의 속도도 줄어들 조짐이다. 북한은 이미 5차 장관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해 한국에 부담을 안겼다.
미국
부시 정부도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 정리없이 정상회담에 임했음이 드러났다. 한미정상회담의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뉴욕 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부시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솔한 자세를 보여 북한의 문을 닫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미 공화당의 매파 입장에선 대북 문제에 대한 한국측의 독주를 견제할 지렛대를 갖게 됐다는 점이 소득일 수 있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부시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드러낸 혼선과 불협화음은 앞으로 남북한 어느 쪽에도 확신과 신뢰를 주지 못하는 후유증을 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하태원 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