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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시민단체는 책임없나

Posted March. 21, 200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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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 수가체계의 전반적인 조정과 재정 건전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없는 보험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의료보험 재정 파탄이 확실시되자 시민단체는 연일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의보수가 인상이 재정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의료계가 정부의 의약분업안에 반대하고 정부가 이를 달래는 과정에서 수가를 여러 번 올린 건 사실이다. 수가 인상의 영향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보재정 파탄의 1차 책임은 마땅히 정부가 져야 한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했던 의료계 파업

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의약분업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약품 오남용을 줄이지 못하고 재정 파탄을 부른 데 대해 전혀 책임이 없는 걸까.

99년 5월10일 의료계와 약계 대표가 의약분업 원칙에 합의할 때 시민단체가 많은 압력(의료계에서는 온갖 협박이라고 표현)을 넣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510합의는 정부와 여당이 의약분업을 본격 추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후 의료계가 정부의 준비부족 및 의료보험체계의 모순을 거론하며 분업안에 반대하고 폐업했을 때 시민단체는 의료계의 집단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데 정부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의약분업은 외국에서 수백년간 의사와 약사가 서로의 직능을 구분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제도이므로 이들 두 집단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정착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의 의보재정 위기가 이를 입증한다. 시민단체가 특정집단을 매도하기보다 동참을 유도하고 준비가 안된 분업의 문제점과 후유증을 지적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군사정권도 밀어붙이지 못한 의약분업을 법으로 강제한다고 이론적인 효과를 기대한 건 너무 이상에 치우친 게 아니었을까.

한 관계자는 여당이 분업안을 만드는 데 깊이 관여했던 학계 인사들이 나중에 시민단체에 참여해서 분업 찬성에 앞장섰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송상근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