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차관들이 머리를 맞댔다. 정부 부처간 정보기술(IT) 정책과 예산이 중복되고 있다는 본보의 기사와 관련, 해결책을 마련해보려는 자리였다. 그러나 혹시나했던 회의 참석자들은 역시나하며 헤어졌다. 부처의 입장차이만 재확인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하고 있다.
역시 지난주 토요일. IT정책의 중복문제를 본보가 보도한 직후 청와대의 한 인사는 기자들에게 초기단계에 이러저러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혼선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IT산업은 3년 전부터 확대해오고 있으며 지금도 육성단계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각 부처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처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중복투자를 선의의 아이디어로 포장하려는 것은 정확한 상황인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3년 전부터 확대라는 표현도 주관적이다. 반도체와 PC 그리고 전()전자교환기와 이동통신 등 IT 주력산업은 정권의 부침과 관계없이 이미 80년대 씨앗이 뿌려졌고 90년대 초반부터 열매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현 정부가 정보화를 국정의 주요목표로 추진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편의보다 정치적 치적 때문에, 정보화의 알찬 내실보다는 화려한 외양에만 치우치게 된다면 진정한 산업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 큰 문제는 국가의 정보화 추진에는 연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 한 번의 정책적 실수가 지식정보시대의 국가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는 한국이 세계 강국의 대열에 오를 수 있는 발판역할을 해야 한다.
학계 한 인사는 한 나라의 IT정책은 거시적인 전략 아래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부처간 업무다툼을 보면 이런 개념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IT정책에 중복투자로 인한 낭비요인이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김태한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