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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제부총리가 둘인가

Posted May. 30, 20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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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경제관료로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국회질의에 정치일정 때문에 경제를 경제논리로 풀 수 없는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부총리의 완곡한 답변에도 불구하고 최근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정부에 앞서 선심성 경제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또다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집권여당과 정부가 주요 정책에 대해 사전 조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선택하고 집행하는 정부 내 경제부처의 고유 권한이 여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시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민한 상태에 있는 경제가 정치논리에 지배당할 경우 그 해악이 얼마나 큰지는 수많은 정치행사를 겪으면서 우리 모두가 경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강운태() 제2정책조정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정책위의 행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사전 협의도 없이 불쑥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확정발표했고 각종 세제혜택을 통한 건설경기 부양책도 정부가 아닌 당에서 먼저 나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종합상사 등 일부 업종에 대해 부채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키로 했다는 정책도 당정협의를 거쳐 나온 것이 아니고 민주당이 무역업계와 간담회를 가진 후 발표되었다. 강위원장은 당정간 합의에 이르지도 않았던 시점에서 세제개편안을 일방적으로 언급해 정부당국을 곤경에 빠뜨리고 정책에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민주당 정책위가 이렇게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한다면 재정경제부는 무슨 필요가 있으며 강위원장이 있는데 진부총리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정부조직법상 경제정책에 대한 총괄 및 조정기능이 재경부에 주어져 있는데 전문성과 책임감이 떨어지는 정치권이 나서는 속뜻은 과연 무엇인가.

민주당이 나라경제를 걱정하고 정부와 함께 난국을 극복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경제가 좋아지기를 원한다면 정치권은 경제부처로부터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들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 옳다.

국민은 여당이 선택한 생색내기 정책들을 반가워할 만큼 수준이 낮지 않다. 오히려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고 경제상황을 왜곡시킬 가능성을 더 걱정하고 있다. 얄팍한 선심정책에 홀려 표를 줄 정도로 국민이 어리석기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민주당 정책위의 큰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