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내 한국인 친구 한 명은 최근 서울의 부모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돌아오지 말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알아봐. 애들을 한국 학교에 보낼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고.
한국 학생들의 문자해독률과 수학실력이 미국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교육 시스템이 일반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관해 미국의 경험이 몇가지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론 한국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이 모든 해답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교육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와 교육 시스템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인들은 교육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이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이마에 명문대 도장을 찍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마치 군비경쟁을 하듯 교육비 지출경쟁을 한다. 옆집 아이가 학원을 4 곳에 다니면 우리 아이들은 5 곳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로 수입의 절반 이상이 지출되고 아이들은 전혀 놀 시간이 없어도 말이다.
미국인의 눈에는 한국의 부모들은 거의 미치기 직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입시 철에 한국의 어머니들이 학교 교문에 서서 자식이 시험을 잘 치기를 비는 모습은 미국에서라면 극단적인 일로 간주될 것이다.
이런 경쟁을 그만두려는 부모들은 비용이 얼마가 들 든 자녀들을 해외로 유학 보내려고 한다. 미국 유학의 경우엔 그것이 가족들과의 단절 및 어린 자녀들이 섹스 마약 총기 등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잘 적응한 경우엔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몇달 전 나는 컬럼비아대 법대의 한국 유학생 6명과 저녁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 중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학생은 1명뿐이었다. 우수한 두뇌의 유출은 장차 한국의 장래를 어둡게 할 것이다.
한국인들이 모든 비용과 위험을 무릅쓰고 자녀들을 미국에 보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몇가지 교훈을 줄 수 있다.
첫째, 미국에선 암기보다는 비판적 사고를 강조한다. 한국에선 상상이 안가는 일이겠지만 나는 학창시절 입시를 위해선 단 하루도 공부해본 적이 없다. 미국에선 아무리 극성스러운 부모라도 학생들을 주입식 학원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을 보내지 않는다.
둘째, 학생들을 능력에 따라 가르쳐야 한다. 교사에게 능력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한데 모아 가르치는 것은 악몽과 같다. 대부분의 미국 고교는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차등화된 교육을 제공한다. 내가 다니던 고교에선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인근 대학에서 수강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런 교육 시스템이 있다면 과외의 필요는 줄 것이다.
셋째, 4년제 명문대학으로 편입이 가능한 초급대학 등 학생들에게 2번째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교육의 장점 중 하나는 고교 시절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학생도 명문대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다니던 버클리 대학에선 편입생들을 정규 신입생과 똑같이 환영했다.
그러나 미국에도 당면한 교육위기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수적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선거기간 중 어떤 어린이도 뒤쳐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교육재정 증액을 공약한 것은 미국교육이 기초적인 레벨에서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에선 수백만명의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뒤쳐져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도시와 교외 지역 학교간의 재정 및 학업성취도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교 재정은 지역 주민들의 재산세에 따라 결정되므로 상주인구가 적은 도시 학교는 교외 지역에 비해 극히 적은 지원을 받는다.
궁극적으로 교육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인들의 교육관이 바뀌어야만 한다. 이는 한국의 부모들에게 지갑을 내려놓고 교육비 지출 경쟁을 그만두는 것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인들이 교육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지 않는 한 모든 미래의 교육개혁은 크게 훼손되거나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생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에 달린 것이지 명문대학 진학에 달린 것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해외로 보낸 뒤에야 이를 깨달을 것인가.
피터 벡(미국 한국경제연구원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