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는 현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금융 구조조정의 성과라며 은행 경영이 마침내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자찬했다.
경실련 금융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 권영준 교수(금융경영학)의 생각은 달랐다. 권 교수는 은행권에 투입된 공적자금 80조원을 연리 5%로만 계산해도 이자 수입이 4조원에 이른다며 한해 국가예산과 맞먹는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받고도 이익을 못낸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앞다퉈 내리면서 대출 금리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이익을 낸 것을 은행의 경쟁력 강화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한 중소기업 사장이 높은 세금 부담을 못견뎌 한국에 설치하려던 최신 기계를 중국 공장으로 옮겼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정부 고위당국자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는데. 그 사장이 무언가 잘못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본인뿐 아니라 동료 사장들도 겪은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경제현안에 대한 관()과 민()의 시각 차는 좁혀지기는 커녕 오히려 간격이 더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민간부문은 경제 문제가 안 풀리는 책임을 서로 상대방 탓으로 돌리면서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얘기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이 정부의 경제적 역할도 구조조정의 대상이라고 일침을 가하자 기업 임원들은 속시원한 소리라며 반겼다. 마침내 현 정권 출범 초기에 경제정책수립 과정에 참여한 중경회 멤버들이 현직 장관을 맹공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관료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민하는 충정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한다.
민관의 시각차가 벌어질수록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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