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기업 정리가 지연되면서 하반기 경기회복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을 제거하지 못하면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도 허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량기업으로 흘러 들어가야 할 시중자금이 부실기업으로 들어가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깨지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해외투자자들은 한국경제를 평가할 때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에 가장 중점을 둔다. 이와 관련, 진념 경제부총리는 34분기까지 시장불안 요인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당국자의 시한부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적이 많아 시장불신만 키우고 있다.
태풍의 눈, 하이닉스반도체해외 주식예탁증서(DR) 12억5000만달러 발행과 채권단의 5조1000억원 유동성 지원으로 회생기미를 보였던 하이닉스반도체는 반도체 가격폭락으로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자구계획 1조원을 포함, 약 2조원의 지원책을 마련중이지만 반도체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은행들도 여신규모가 3조7200억원(CB 제외)이나 돼 발을 빼기에는 이미 늦었고 앞으로 얼마를 더 지원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하이닉스반도체가 자산매각과 채무재조정 및 벤더파이낸싱(설비제조업자로부터 받는 금융) 등으로 장기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자산매각과 채무만기연장 설비투자 등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분기별 자금소요상황은 올 34분기 4237억원, 44분기 2746억원, 내년 14분기 2524억원, 24분기 -1792억원, 34분기 -4965억원, 44분기 759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D램 가격은 올 44분기에 완만한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며 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아웃퍼폼(매수)으로, 위험등급은 투기로 제시했다.
경제논리를 떠난 대우차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최대 쟁점사안인 부평공장을 제외하고 대우차의 우량자산과 판매 및 애프터서비스(AS)망만을인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정부는 인천지역 경제와 근로자의 반발 등을 고려해 어떤 식으로든 부평공장을 끼워 팔겠다는 방침이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정건용 총재는 대우차를 경제논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다보니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며 정치권에 화살을 돌렸다.
진 부총리가 제시한 대로 9월까지 협상을 끝내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과감히 양보를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산업은행이 너무 불리하다.
막판에 온 현대투신미국 AIG의 현대투신 인수방안은 사실상 확정됐고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지분(16.2%)을 얼마에 팔 것인지만 남아있다. AIG는 주당 1만50001만6000원을 제시했지만 현대상선은 최소 2만2000원 이상을 주장하고 있어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대안은 지분매각이 아니라 AIG가 현대증권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
AIG투자금액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현대증권의 기업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유상증자 대금을 현대투신에 출자할지가 새로운 쟁점사안이다.
금융기관 매각, 감감무소식서울은행과 대한생명 해외매각은 벌써 3년째를 맞고 있으나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은행은 도이체방크 캐피털파트너스(DBCP)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전략적 경영이 아니라 단순투자에 그치고 있어 해외매각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대한생명은 미국 메릴린치를 주간사로 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예정대로 팔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두영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