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파동으로 쫓겨났던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이 다시 검찰로 돌아갔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하고, 5공 비리 사건 등 대형사건 수사를 통해 정통검사 강골검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심 고검장이다.
그런 만큼 그의 복직 판결은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 거짓과 술수로 만신창이가 된 이 나라에 그래도 법을 살아 숨쉬게 하는 정의의 법관들이 버티고 있다는 것과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검찰청법은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로 정하고, 검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아 놓고 있다. 그렇다. 검사는 국민과 나라를 위해 온갖 악과 헌법의 적들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칼이다. 여기에 검사의 권위가 있고, 그러기에 국민의 존경이 따른다. 따라서 참검사란 말을 따로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턴가 정치검사란 별종들이 생겨나 횡행했고, 이들은 자신의 출세와 정치권력의 이익을 위해 국민복리도 국가안위도 내팽개치고 검찰이라는 자기 조직까지 망가뜨리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이 검사의 존재 근거라면 그 대척점에 있는 정치검사는 이미 검사가 아니다. 이런 정치검사의 문제를 현직 검찰 고위간부로는 최초로 심 고검장이 비판하고 나섰던 것이다. 그는 99년 1월 대전법조비리사건으로 법조계가 돌풍에 휘말렸을 때, 국민에게 사죄하며라는 성명을 통해 과거 정치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던 검찰의 잘못을 사죄하고, 구속된 비리변호사의 말에만 의존해 검찰 고위직과 검사들을 비리 관련자로 몰아 축출하던 당시 검찰 수뇌부의 퇴진과 검찰 개혁을 요구했다.
그러자 검찰 수뇌부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명령위반 등을 이유로 심 고검장을 면직시켜 검찰에서 내쫓았다. 그러나 이 사태는 그 후 빗발치는 여론의 포화와 정의감에 불타는 평검사들의 분노와 집단저항이라는 상황까지 자초해 심 고검장을 축출한 세력들도 결국 추락하고 말았다.
이로 인한 검찰파동은 검사와 검찰의 정체성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계기가 됐다. 심 고검장은 이 문제를 재판을 통해 분명히 가리기로 하고 2년 7개월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1심, 2심, 대법원까지 심 고검장에 대한 면직처분을 권력남용이라고 심판했다. 대법원은 명쾌한 법리로 검찰총장이 변호사와 대질하겠다며 고검장을 부른 것은 직무상의 명령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거부한 심 고검장은 명령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하고,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지위와 신분보장을 분명히 천명하면서 그를 복직시키라고 판결했다.
직무상의 권위와 위엄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검사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과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정치검사들에 의해 휘둘릴 수 없다는 점을 대법원은 확인해 주었다. 이제 문제는 검사들이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정치권력은 언제나 검찰을 장악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이 점은 과거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이래 지금까지 별로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런 정치권력의 의도에 합류하거나 투항해 호의호식하면 정치검사가 되는 것이고, 국민과 나라를 생각해 권력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검사 본연의 길을 가면 참검사가 된다.
정치권력도 당장은 정치검사를 만들어 부리면 편할 것 같지만 이는 스스로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것이다. 정치검사를 이용한 통치가 청사()에 길이 남은 사실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고로 나라 일은 공도로 하라()고 했다.
이번에 법무부와 검찰총장은 심 고검장을 대검찰청으로 발령하고 고검장에 합당한 예우를 갖추었다. 일단 검찰 스스로 자존심과 권위를 찾으려는 모습 같아 좋아 보인다. 심 고검장이 복직 후 검사의 신분을 우습게 여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듯이 그의 출근과 함께 이 나라 검사들의 참모습과 정의감이 진가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헌법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뿌리까지 흔들리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작금의 상황은 공익의 대표자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인 검사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되새겨보게 한다. 여전히 화두는 참검사다.
정종섭(서울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