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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도심색깔바꾼다

Posted October. 12, 20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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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년째로 13일까지 계속되는 홍익대 거리미술전은 20대의 젊은 작가 600여명이 홍익대 앞 건물과 거리를 캔버스 삼아 벌이는 거대한 미술실험. 노씨를 비롯해 홍익대에 다니는 35명의 대학생들이 기획에서 진행까지의 연출을 도맡았다. 모두 아마추어지만 열정은 프로들도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였다.

지난해 거리미술전이 끝나자마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작년 행사를 분석하고 작품을 정리하는 데만 꼬박 4개월이 걸렸다. 예산을 마련하고 전시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노씨와 부기획단장인 최정민씨(24여예술학과 4년)의 몫.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 대학생들이 치기()로 벌이는 단순한 미술전이 아니라 홍대거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시민들과 함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종합예술축제라는 점을 강조했죠.

서울시와 마포구청을 오가며 공무원들을 설득해 결국 예산지원을 받아내고, 지역 상인들에게 매달려 카페 비디오방 등을 전시공간과 영상전 장소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얻어냈다. 건물주들도 건물 벽을 캔버스로 제공하는 등 물심양면의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홍익대 앞 놀이터에 태권V 조형물을 세우고 칙칙한 공공시설물이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변할 겁니다.

노씨 등은 이번 거리미술전의 하이라이트로 한국 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로봇태권V 전시회를 꼽았다. 이를 계기로 한국만화의 붐을 조성해보자는 야무진 꿈도 갖고 있다. 조소과 학생들은 2주 동안 높이 3m가 넘는 태권V 조형물을 만드는 데 매달렸다.

가로등과 전신주, 벤치 등 거리의 공공시설물(Street Furniture)은 행사기간 중 설치미술작품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선배들이 거리미술전이라는 훌륭한 전통을 남겨줬지만 절대로 똑같은 방식으로는 하지 않을 거예요. 젊은이들답게 새로움과 변화로 승부를 걸어야 하잖아요. 이들은 미술전이 끝나면 또 다른 실험을 할 생각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태권V 조형물을 청동으로 제작, 홍대거리의 명물로 영구 보존한다는 계획. 현재 저작권을 가진 한 영화사를 상대로 설득에 나선 노씨는 그동안 쌓인 설득 노하우만 활용하면 후원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지완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