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의 대통령 사퇴 촉구 발언에 따른 한나라당의 사과 내용에 대해 여야 총무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린 데다 여야간 색깔 공방이 가열돼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열지 못하고 사흘째 공전했다.
민주당 이상수() 총무는 총무 접촉에서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에게 야당 총무가 원내 대표로서 단순한 국회 파행이 아니라 안 의원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광옥()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사과와 속기록 삭제, 재발 방지 약속도 받아들이지 않는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명식()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지난해 11월 우리 당을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정부 자체를 친북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전형적인 매카시즘적 수법이며 극단적인 국민 편가르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은 신성 불가침한 존재가 아니다며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분노하라는 청와대의 지시에 갑자기 길길이 뛰며 눈물까지 흘리는 여당 의원들의 모습은 오래 전 북한의 낡은 필름을 보는 같다고 비꼬았다.
이재오 총무도 야당 총무가 유감을 표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말하겠다고 했는데도 여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대정부질문을 통한 현 정권 실정()에 대한 비판을 피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릴 예정이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한때 소속 의원만으로 본회의 개의를 시도했으나 이만섭() 국회의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 의장은 한나라당 총무단에게 15일 오전까지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비장한 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철 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