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의 외교전선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달라진 국제질서 속에서 적과 동지의 기준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를 구분하는 단층선이 과거 냉전시대에는 동양과 서양,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지형적 이념적 이분법에 근거했으나 테러 전쟁 이후에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들과 실패한 나라들로 갈리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는 성공한 나라들을 더욱 부강하게 했지만 미국의 지배에 분노하는 국가나 사람들에게는 더 잦은 테러의 빌미를 주고 있다.
미국 외교전선의 변화는 러시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관심은 러시아의 핵미사일 위협에 쏠려 있었고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인들의 관심권 밖에 있는 국가였다. 그러나 이제 아프가니스탄은 테러리즘의 본거지이자, 탈 냉전 이후 세계의 안보를 관리할 미국의 힘과 역량을 시험받는 곳으로 부상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러시아는 미국이 테러 빈곤 인종갈등 등의 새로운 국제문제들을 함께 논의해야 할 파트너가 되고 있다.
미국이 15일 끝난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미사일방어(MD)체제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은 것은 신() 미-러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