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팀은 유럽팀이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체격이 큰 데다 힘이 좋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1승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파워와 스피드로 경기를 장악하는 상대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4일 파주 국가대표 축구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NFC 완공기념 세미나에서 일선지도자들을 상대로 유럽축구와 한국축구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의 2002년 월드컵 상대인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내려 주목을 받았다.
그는 폴란드는 전형적인 유럽식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양 사이드의 돌파가 특히 좋으며 포르투갈은 남미형 유럽축구로 개인기가 뛰어나고 조직력이 발군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특히 주목된 것은 바로 히딩크 감독이 밝힌 미국팀 평가. 히딩크 감독은 폴란드 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미국팀도 유럽팀이라는 것.
현재 네덜란드 NAC 브라다 소속인 어니 스튜어트 등 유럽 프로리그 소속선수가 8명이나 되는 미국팀은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유럽형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 전략을 세밀히 수립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올 1월 한국대표팀을 맡은 이후의 성과를 강조하며 한국이 충분히 16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한국대표팀에서 느낀 유럽축구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선수들간의 대화부족을 들었다. 그는 선수들이 젊은층(1823세), 중간층(2327세), 노장층(2832세) 등으로 나뉘어 식사 때도 다른 탁자에 따로 앉고 평소에도 서로 다른 계층간에는 얘기조차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대표팀의 잘못된 문화가 경기 때도 나타나 전체적인 조직력이 탄탄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유럽에서처럼 경기 때 서로 소리 높여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잘못된 점을 지적해야 하는데 한국팀은 젊은 선수들이 나이 든 선수들에게는 아예 소리를 지를 생각을 안 한다는 얘기.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지금은 상당히 좋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대표팀은 1월부터 국제적인 수준의 능력을 갖춘 선수선발과 플레이시스템 개발을 동시에 추구해왔고 현재 90%정도 완성단계에 와 있다며 한국팀은 그동안 해왔듯이 약팀보다는 강팀을 상대로 평가전을 많이 치르며 약점을 찾아 보완한 뒤 월드컵에 나서면 충분히 16강에 오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