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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패가 한국 불렀다

Posted December. 27, 200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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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또다시 부패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매주 새로운 게이트가 터져나온다. 그렇지만 이 같은 일련의 부패 스캔들에 놀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한국의 모든 대통령들은 이런 악성 질환을 척결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런저런 시도들은 다 실패했다.

최근의 게이트들은 이름은 다르지만 청와대 국회 검찰 및 국가를 보위해야 할 국가정보원이 연루돼 있다는 점에선 같다. 신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공직자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이런 행위는 정부의 신뢰에 대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만일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정부를 믿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국가들이 한국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절실한 변화가 필요한 것은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다. 단순히 최근에 드러난 위반자들을 사법처리하고 개각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그 대신 공모()와 여론조작을 위한 재판의 악순환을 끊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국은 장차 정치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릴 수 있다. 한국은 경제면에선 전세계에서 거의 10위권이지만 최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부패 순위에선 91개국 중 42위로 97년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

한국은 많은 면에서 경제개발의 모델로 여겨지지만 그 이면엔 항상 부패가 있었다. 정경유착은 급속한 성장을 가능케 했지만 최근 발생한 문제의 원천이기도 하다. 한국병을 영원히 근절할 수 있는 조치들을 생각해야 한다.

정치면에서 정당들은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해져야 한다. 한국 정치권에는 프로페셔널한 정당 대신에 각자의 영역에서 보스가 되고자 하는 개별정치인들만 있다. 보스가 되려면 추종자들에게 나눠주고 당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돈을 써야 한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 후보 공천절차를 제도화하면 보스들의 힘이 약화되고 누가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국민들의 발언권은 강화될 것이다. 개혁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국가를 위한 개혁을 지향하는지, 혹은 개인적인 정치적 캐리어를 발전시키려는 것인지를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보수정치를 근절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보스가 되려는 것인가.

관료의 경우도 투명성과 책임감을 제고하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 지난 여름 통과된 부패방지법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중요한 진척이다. 이와 더불어 고위관료들의 회동을 모두 기록하고 내부고발자를 장려, 보호하는 추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경우 문민 우위가 확립되긴 했지만 이젠 국정원장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임기제 도입을 통해 국정원을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절연시켜야 할 때이다.

새로운 법과 기구를 만드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법을 엄정히 집행하는 일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 부패척결을 다짐할 때마다 법은 전 정부를 보복하는 데 너무 자주 쓰였다. 권력자들은 법이 자신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한 마치 법이 최고선인 것처럼 행동한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본보기를 만들어야 하지만 변화는 위와 아래 양쪽에서 시작돼야 한다.

한국인들은 더 나은 시스템을 원하지만 과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기꺼이 취하고 대가를 지불하려 하는가. 궁극적으론 한국인들이 혈연 학연 지연보다 법치를 우선시하지 않는 한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국민 개개인도 프로페셔널리즘과 정실주의 중 어느 것이 국가를 이끌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감시견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국에선 일부 시민단체(Center for Public Int-egrity 또는 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 등)들이 기업과 정치인 간의 돈의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한다.

한국인들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한국병을 치유해야 한다. 나는 한국의 지도자들, 좀 더 광범위하게 볼 때 한국 국민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이냐이다. 시간이 핵심이다.

피터 벡(워싱턴 한국경제연구원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