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주식을 저가 매각하거나 경영 상태가 부실한 기업을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삼성전자 이사들은 주주들에게 902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건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도 뇌물액 7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수원지법 민사합의 7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는 27일 박원순씨(45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삼성전자 소액주주 22명이 삼성그룹 이 회장과 김광호씨(61) 등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98년 10월20일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이건희 회장과 전현직 이사 김씨 등 10명은 모두 977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88년 3월부터 92년 8월까지 삼성전자에서 조성된 자금 75억원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공여함으로써 삼성전자에 그에 상당한 손해를 입혔다며 이 회장은 75억원 전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 이사회가 97년 3월 부실기업인 이천전기를 충분한 검토 없이 1시간 만에 인수를 결정, 이 회사가 2년도 경과하지 않아 퇴출기업으로 청산되면서 190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사들은 인수 결정에 따른 손해액 276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가 액면가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처분할 당시 주당 실제가가 5733원에 이르고 있었다며 차액인 626억6000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중앙일보에 고가로 광고를 게재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에 임대차 보증금과 월차금을 과다하게 지급, 내부자거래 행위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사들이 직접 업무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씨 등 소액주주들은 98년 10월20일 삼성전자의 부당내부거래 등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총 11명의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모두 3511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번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등법원에 즉각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임원들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대해 법원이 거액의 배상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앞으로 중요한 회사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임원들이 몸을 사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식회사의 이사진을 상대로 한 소액주주들의 소송은 97년 한보철강 부실대출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일은행 이철수() 전 행장 등 이사 4명을 상대로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남경현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