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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게이트' 격파

Posted January. 08, 20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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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프리 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유임을 요청해 6개월가량 더 일하다가 작년 6월 퇴임했다. 그가 10년 임기중 2년여를 남겨놓고 사임하자 공화, 민주당 모두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밤낮으로 바쁘게 살았던지 아들을 여섯 명이나 두어 국장 봉급으로 부양하기가 힘에 겨웠다고 한다. 8년 동안 나라를 위해 봉사하다가 먹고살기 힘들어 월급을 많이 주겠다는 기업으로 옮겨갔으니 크게 흠잡을 일도 아니다.

그는 임기 초에 클린턴 맨이라는 딱지를 한동안 떼어내지 못했다. 공화당 주요 인사들에 대한 FBI 파일이 백악관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나 어려움을 겪었고 백악관 직원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불법 선거기금 모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조사 내용을 계속 알려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수시로 의회에 불려나가 백악관과의 유착에 대해 신랄한 추궁을 받으며 점점 백악관과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백악관 법안 서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불법 선거기금 모금 사건에서는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임명권자인 클린턴 전 대통령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었다.

FBI는 다루기가 만만치 않은 조직이다. 직원들이 마음에 안드는 국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던져버린다. 전임자인 윌리엄 세슨즈 국장은 부인이 FBI 운전사가 모는 리무진을 타고 쇼핑을 다니고 FBI 돈으로 집 담장을 고친 사실이 신문사로 줄줄이 새어나가 중도 하차했다.

상원의 혹독한 인사 청문회를 거치고 임기 중에도 의회의 집요한 견제와 감시를 받는 풍토에서 루이스 프리 같은 국장이 나온다. 프리 전 국장처럼 하지 않으면 의회와 언론의 추궁 그리고 내부 고발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프리 전 국장은 점심 시간에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햄버거와 샌드위치로 때웠다.

목하 어질러진 게이트들의 핵심은 게이트를 예방하고 척결해야 할 기관의 사람들이 한통속으로 버무려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사람들은 과거 정권은 감췄지만 지금 정권은 드러내놓고 수사를 하다보니 시끄럽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야당과 언론의 폭로가 없었더라도 진실을 밝히려 했을지 모르겠다.

모든 권력은 감시와 견제의 담금질을 받지 않으면 부패하게 돼있다. 권력기관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게이트가 튀어나오는 것은 민주화가 됐다고 하지만 의회와 언론의 감시, 내부고발이 아직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 운운하며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기를 쓰고 반대한다. 청와대와 여당하고는 조석으로 분주히 상의하면서 국민의 대표기관에 나가면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빅 스리의 인사청문회에 관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얼굴 색도 바꾸지 않고 공격과 수비의 교대를 했다. 야당할 때는 당장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여당할 때는 반대한다. 권력기관을 정치적 중립의 자리에 묶어놓지 않으면 누가 집권자가 되더라도 권력기관을 수하로 부리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다. 민주당이 행여 다시 야당이 되어 이런 기관들이 새 주인을 섬기면 어떻게 논리를 바꿀 것인지 궁금하다.

TK(대구 경북) 정권에서는 TK 검찰, PK(부산 경남) 정권에서는 PK 검찰, MK(목포 광주) 정권에서는 MK 검찰로 진용을 짜놓고 자기들끼리 모이면 검찰 국정원 국세청은 권력의 핵심기능이라 내줄 수가 없다고 숙덕인다. 이렇게 축축하고 끈끈한 토양에서 게이트 균의 포자가 자란다.

MK 정권에서는 내 식구 검찰이 정권 보위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지만 옷 로비에서 이용호 게이트까지 대통령과 여당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혔다. 내 식구 검찰은 정권을 내놓으면 남의 식구로 바뀌어 나를 찌르는 검이 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확보되면 법리에도 맞지 않는 정치보복 금지법을 억지로 만들 필요도 없다.

특별검사도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이용호 게이트에 특별검사를 붙였는데 정현준 윤태식 진승현 게이트에도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것은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미국에서 특별검사 제도가 폐지된 것은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FBI와 프리 전 국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임기 1년을 남긴 김대중 대통령으로서는 내 식구 검찰에 대한 미련을 훌훌 털어 버릴 때가 됐다. 검찰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지금이 제도와 인사를 쇄신할 때다.

황호택(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