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사태로 뒤숭숭한 워싱턴 정가에 이번에는 엔론 게이트에 연루된 미 정부 각료들의 거짓말 의혹이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는 엔론사가 파산하기 직전 케네스 레이 엔론사 회장과 전화로 접촉했던 돈 에번스 상무장관과 폴 오닐 재무장관이 전화통화와 관련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측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이들 두 장관에게서 엔론사와 관련해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다는 것을 근거로 이들이 엔론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스위크는 밝혔다.
에번스와 오닐 장관은 13일 각각 TV 토크쇼에 출연, 자신들이 엔론과 두 차례의 통화를 했으며 다만 이를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에번스 장관은 엔론과 두 차례 통화 외에도 추가 통화를 했음이 새롭게 밝혀졌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에번스 장관은 통상 문제로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방문 중이던 지난해 10월 15일 레이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엔론이 건설한 인도의 발전소 문제를 협의했다는 것이다.
이 통화에서 레이 회장은 발전소 가격 문제로 인도 측과 마찰이 있다고 말했고 에번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 가문의 친구이면서 공화당의 선전 전문가인 시그 로기시가 인도에 있으니 그와 상의하라는 충고를 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시점 때문에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바로 그 다음날인 16일 엔론은 34분기 중 6억1800만달러의 손실을 보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에번스 장관과 레이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엔론의 재정 위기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오랜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인도 발전소 문제는 논의하면서 엔론의 재정위기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