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와 공격, 두 마리 토끼잡기는 역시 어려워?
공격라인 강화를 새해 첫 화두로 내건 한국축구대표팀이 17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풀러턴에서 열린 미국 프로축구 LA 갤럭시와의 연습경기에서 전체적인 균형을 잃은 채 기우뚱대다 0-1로 패했다.
그러나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과 그간 체력 강화 훈련에만 매달려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이날 플레이는 나쁜 편은 아니었다. 승패에 의미를 두지 않고 선수들의 컨디션과 공격전술 점검에 치중했던 만큼 실점에도 큰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다양한 공격라인 확보라는 측면에서 대표팀의 전술 운용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전반거스 히딩크 감독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최용수-김도훈 투톱에 이천수를 플레이메이커로 앞세우고 왼쪽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혀가던 이을용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다소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이천수의 폭넓고 발빠른 움직임을 활용해 중앙 공격 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이었지만 오히려 양 측면이 약해지면서 상대에 끊임없는 측면 돌파를 허용했다. 전반 중반 이후 갤럭시의 양 사이드 어태커가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를 펼쳐 되레 역습할 수 있는 뒷 공간이 많이 생겼지만 수세에 몰린 김도근과 현영민이 이를 활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한국은 미드필더들이 번번이 볼을 빼앗기면서 좀처럼 경기 흐름을 살려내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들의 움직임도 좋지 않았다.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내 2선 침투 공간을 확보하거나 최전방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장면을 보기 어려웠다. 다만 최용수와 김도훈이 수비 커버를 하면서 이천수에게 몇 차례 중거리슛 기회를 마련해준 것은 돋보이는 대목.
후반황선홍-차두리 투톱에 박지성을 플레이메이커로 내세웠고 수비형 미드필더도 김남일과 최성용을 새로 투입해 선수들의 전체적인 컨디션 점검에 초점을 맞췄다.
플레이는 전반보다 활기를 띠었다. 황선홍과 최성용의 2 대 1 패스가 빛을 발하며 상대의 오른쪽 측면을 허물었고 차두리도 신예답지 않은 배짱으로 잇달아 슈팅 세례를 퍼부었다. 한국의 쉴 틈 없는 중앙, 측면 돌파에 갤럭시는 수차례 위기상황을 맞았다. 문제는 한국의 골 결정력. 최성용의 측면 센터링은 번번이 한국 선수들의 키를 넘겼고 차두리의 슈팅도 너무 정직한 편이었다.
오히려 공격에 열을 올리던 한국은 갤럭시의 단 한번 역습에 무너졌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단번에 이어진 스루 패스를 스트라이커 테니슨이 순식간에 2 대 1 패스로 요리해 이민성과 GK 김병지를 따돌리고 결승골로 연결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4, 5차례의 기회가 있었는데 못살려 아쉽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골 결정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하는 한편 전반 미드필더들이 찬스메이킹을 하지 못했다. 몇몇은 체력을 좀 더 보강해야겠다고 따끔한 지적을 했다.
배극인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