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체제를 구축키로 하고, 미국 일본 중국과의 본격적인 사전조율에 들어갔다. 미국과 북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론하면서 대화채널을 재가동하기 위한 조심스러운 모색에 나서는 분위기다.
정부의 외교접촉정부는 한미정상회담(20일)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간 이견 노출을 막기 위해 한미동맹관계 강화를 최우선 의제로 삼기로 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조기 핵사찰, WMD 해결 등을 위한 관련국가 간 협조체제 구축 방안을 보다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침은 본보가 단독 입수한 외교부 산하 외교정책연구원의 부시 대통령 방한 대비 한반도문제 관련 특별정책보고서(대외비)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문건은 한반도 관련 언급은 한미일 간 사전조율 속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중국도 지지할 수 있도록 사전정지작업이 필요하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기사찰, WMD, 미사일, 재래식무기 등에 대한 협조체제를 일층 강화하고 구체화해야 한다고 회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문건은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성발언이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며 이 경우 미국의 대북 인식을 더욱 강성화할 수 있음을 사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건은 또 부시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북한의 대미관계 개선환경 악화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오히려 제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의 성사를 위해 중국의 중재를 통한 우회적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북-미, 대화재개 움직임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7일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언급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과 관련해 앞으로 북한과 미국 간 대화 또는 적대 관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면서도 북한은 언제든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 대화는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적대정책이나 분위기가 개입된다면 남북대화나 접촉이 가능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양국의 대북정책에 이견이 없음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8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북한과 미국의 실무자급 대표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언급한 이후에도 뉴욕에서 접촉을 가졌다고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국의 접촉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 간 채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접촉 날짜와 참석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