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고교로 자녀를 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학 희망자의 대부분이 강남 학교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원 2층 강당에 마련된 전학신청자 대기장에는 3일에도 100여명의 학부모가 4일 실시되는 추가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개학 후 매일 시내 고교의 미등록 결원을 파악해 당일 전학 희망자를 받아 선착순으로 학교를 배정하기 때문이다.
서울로, 강남으로서울 지역 고교 신입생 전학 접수 첫날인 2일 신청자들을 분석한 결과 강남 선호현상이 두드러졌다.
밤샘 줄서기를 통해 대기번호표를 받은 1700여명 중 1400여명이 전학 원서를 접수시켰고 이 가운데 70%는 서울 서초구 강남구 등 강남 지역 고교로 전학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호학교로 꼽히는 강남구의 K여고는 이날 오전 일찍 전학 접수가 끝났고 오후 3시 현재 접수가 끝난 19개 고교 가운데 16개 고교가 모두 강남 지역 고교였다. 그러나 강북 등 서울의 다른 지역 학교는 오후 늦게까지 자리가 남아 대조를 이뤘다.
학부모 임모씨(47)는 아이를 서초구의 S고에 전학시키려고 대기번호표를 받았지만 순서가 1000번을 넘은데다 전입학 서류가 준비되지 않아 4일 추가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진짜 이사를 해 학교를 옮겨야 하는데 선착순 배정 원칙 때문에 며칠씩 밤을 새야 하다니 말이 되느냐며 4일 입학식을 갖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은 전학 구비서류가 없어 신청도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왜 이런 현상 생기나서울 시내 고교의 전학 줄서기는 74년 고교 평준화 이후 매년 되풀이 돼왔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고교의 신입생 재배정 사태가 겹치면서 일찍부터 전학 신청자들이 대거 몰렸다.
또 올해부터 분당 일산 평촌 안양 등 수도권 4개 도시가 평준화지역으로 바뀌면서 교육 여건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차라리 서울, 특히 강남으로 자녀를 전학시키기로 결심한 것도 한몫했다.
회사원 김모씨(45경기 성남시)는 조카가 안양에 있는 고교에 배정됐다가 재배정에서 한시간 거리의 학교에 배정됐지만 원하던 학교가 아니라 강남의 고교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99년부터 부모 가운데 한 사람만 주민등록을 옮겨도 전학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전학 대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대책은 없나시교육청은 전학 과열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현행 선착순 수시 접수 방식의 큰 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96년 선착순 수시 접수를 실시했다가 97년 전학 과열 현상이 빚어지자 98년 전학 신청을 일괄 접수받아 추첨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전학 대기 시간이 너무 길고 교복과 교과서를 이중 구입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나오면서 99년부터 다시 선착순으로 전환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학생이 크게 몰린 것은 경기도 고교 재배정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며 3월 첫째주 전학생 이동 실태 등을 분석한 뒤 입학식 일정이 학교별로 다른 점을 감안해 가신청 접수를 받는 방안 등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