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입철강 관세 부과 결정에 대해 한국과 유럽연합(EU) 등 대다수 당사국들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해 철강 전쟁의 무대가 WTO로 옮겨지고 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달 4일 탄소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판정에 불복해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캐나다는 6일 철강문제와는 별도로 침엽수 목재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을 WTO에 제소키로 했다.
쏟아지는 제소로 WTO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WTO의 데이비드 우즈 연구원은 AF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도하 각료회의 개최를 통해 이루어진 신뢰가 이번 무역 분쟁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WTO 제소WTO에 따르면 95년 출범 이후 3월 현재까지 각 회원국들의 불공정무역 관련 제소 건수는 총 245건. 이 가운데 미국과 관련된 건은 모두 126건으로 전체의 51%를 차지한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제소한 건수가 68건, 제소를 당한 건수가 58건이다. 6일에도 미국은 수입 사과문제로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미국이 패소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은 대미 탄소강관 수출품에 대한 미국측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WTO에 제소해 2월에 승소했으며, 한국산 스테인리스 반덤핑 판정에 대해서도 2000년 12월 승소했다. EU 역시 20여년간 마찰을 빚어온 미국의 농업수출보조금에 대한 WTO 제소에서 1월에 승소해 미국에 40억달러의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게 됐다. 지난 5년간 WTO가 미국의 수출보조금을 불법이라고 판정한 것은 4차례에 달한다.
향후 절차WTO에 제소가 접수되면 분쟁해결기구(DSB)가 먼저 60일 동안 분쟁 당사국간에 협의를 유도한다. 협의에 실패하면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간다. 당사국들은 협의를 통해 국적이 다른 3인으로 패널을 구성한다. 패널 구성 합의에 실패하면 WTO 사무총장이 패널리스트를 지정할 수 있다. 패널은 6개월 이내에 시비를 가릴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다.
각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이 보고서를 거부하지 않는 한 이 보고서는 DSB의 최종 판정결과가 된다. 당사국이 이에 불복할 경우 상소할 수 있다. 상소기구는 6090일간 심의를 통해 패널의 결정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모든 절차는 최장 1년3개월여에 끝나게 돼 있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어서 실제로는 23년이 넘게 걸린다.
곽민영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