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지난주 세계 랭킹 203위, 지난해 미국 PGA투어 상금랭킹 113위. 그의 경력을 보면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과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출전 자체가 영광이었던 크레이그 퍼크스(35뉴질랜드)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표현대로 믿어지지 않는 우승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25일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에서 열린 4라운드. 전날 단독 2위였던 퍼크스는 이븐파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로 2위 스티븐 에임스(미국)를 2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퍼크스의 우승으로 올 투어는 시즌 초반 치른 13개 대회에서 우승 경험이 없는 챔피언을 7명이나 배출하는 무명 돌풍을 이어갔다.
탁구선수 출신인 퍼크스의 우승은 보통 우승이 아니었다. 우선 2000년 미국 투어에 뛰어든 뒤 3시즌만의 마수걸이 승리. 올해가 29회째인 이 대회에서 우승 한번 못해봤던 선수가 패권을 차지한 적은 그가 처음이었다. 또 집에서 TV로나 지켜보려 했던 올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냈고 앞으로 5년간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게다가 106만달러나 되는 우승상금을 따내 시즌 상금 134만7614달러를 기록, 상금랭킹 50위에서 2위로 치솟았다. 퍼크스가 이번에 벌어들인 상금은 그의 투어 통산 상금 82만2653달러보다도 많았다.
퍼크스의 깜짝 우승에는 행운도 따랐다. 16번홀(파5)에서 깃대까지 6.3m를 남겨두고 러프에서 한 서드샷이 컵에 빨려들어가 이글을 잡은 데 이어 아일랜드 그린인 17번홀(파3)에서는 8.4m 버디퍼팅을 성공시킨 것. 18번홀(파4)에서는 3온에도 실패해 위기를 맞았으나 그린 에지에서 한 8.7m짜리 칩샷을 컵으로 떨어뜨리며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해 챔피언 우즈로부터 크리스털 트로피를 받은 퍼크스는 이 대회에 나선 것만으로 자랑스러웠는데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그런 칩샷은 10만번 이상 연습한 결과라고 흥분했다.
대회 사상 첫 2연패를 노리던 우즈는 2오버파로 부진, 합계 1언더파 공동 14위에 그쳤다.
미국PGA가 150명만을 초청해 치르는 이 대회에 한국선수로는 처음 출사표를 던졌던 최경주(슈페리어)는 합계 2오버파로 전날 48위에서 28위까지 올라서는 저력을 보였다. 데이비드 듀발, 필 미켈슨(이상 미국) 등 쟁쟁한 스타들과 동타를 이룬 최경주는 시즌 초반 3차례 컷오프에 걸린 부진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