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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폼바꿔 바꿔

Posted March. 30, 20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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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몇 년간 고수해오던 자신의 폼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일. 꾸준히 성적을 낸 정상급 선수일수록 더욱 그렇다.

기아의 야구천재 이종범(32)과 삼성 홈런왕 이승엽(26). 둘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타자. 일본 프로야구에서 돌아온 이종범은 지난해 2개월 여의 공백 뒤 후반기부터 한국무대에 복귀했으면서도 타율 0.340의 놀라운 타격솜씨를 보여줘 역시 이종범이란 찬사를 들었다. 이승엽은 지난해 39홈런으로 개인통산 세 번째 홈런킹에 오른 거포.

뛰어난 타격감각을 타고난 둘은 그럭저럭 야구를 해도 각각 타율 3할과 홈런 30개는 거뜬히 때려낼 수 있는 타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올시즌 편안함을 버리고 모험을 선택했다.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나란히 타격폼 변경을 시도한 것. 이유는 똑같다. 야구를 좀더 오래하고 잘 하기 위해서다.

이종범은 지난해까지 타격전 양손으로 쥔 방망이를 투수쪽으로 심하게 기울였다. 방망이가 거의 오른쪽 귀밑에 닿았을 정도.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배트를 하늘로 똑바로 곧추세우는 폼으로 바꿨다.

지난해 복귀해서 타율 3할4푼을 쳤지만 사실 운이 좋았다.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해서 낸 성적이 아니었다. 특히 몸쪽 공에는 번번히 당했다. 이젠 나이도 있고 전성기처럼 배트스피드를 내기 힘든 만큼 몸쪽을 공략하기 위해선 나름대로 변화가 필요해 폼을 수정하게 됐다.

이종범은 시범경기에서 4할대의 맹타를 휘둘러 변신은 일단 성공적. 그는 바뀐 타격폼에도 적응을 잘 하고 있고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덕에 체력적인 부분도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져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정규시즌이 개막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승엽은 올시즌 특유의 외다리 타법을 버렸다. 그는 그동안 홈런을 많이 때려내긴 했지만 사실 외다리 타법은 삼진을 많이 당하는 등 허점이 많았다고 밝혔다. 외다리 타법은 한번에 힘을 모을 수 있어 파워배팅엔 좋지만 변화구에 배팅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타격스타일. 허리까지 치켜들던 오른 다리를 내리자 주위에선 홈런이 줄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했지만 이승엽은 시카고 컵스의 초청선수로 미국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참가, 2홈런을 날렸고 국내 시범경기에서도 3경기 연속홈런을 터뜨리는 등 변함없는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아직 새 타격폼이 완전한 건 아니다. 하루아침에 적응이 되겠느냐. 하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올해는 무조건 바뀐 타격스타일을 지켜나간다. 야구를 오래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고 말했다. 2년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이승엽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에 새 타격법을 꼭 완성하겠다는 의지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