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현행 법관 인사제도에 대해 사법부 독립과 민주화를 가로막는 위헌적 제도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지법 문흥수(사시 11회사진) 부장판사는 6일 판사들의 고등부장 승진과 근무평가, 판사 재임명제도, 법관 보수에 관한 법률 및 대법원 규칙이 판사의 인격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대법원장을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현직 법관이 법관 인사제도 전반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문 부장판사는 승진 자료가 되는 판사 평가가 법원장에 의해 일방적, 자의적,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판사들이 법원장의 성향에 영향을 받거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돼 공정한 판결이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문 부장판사는 대통령이 특정 성향의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대법원장이 특정 성향의 판사에게 중요 재판부를 맡기는 등의 방법으로 얼마든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성적에만 근거한 발탁 승진을 통해 법관을 걸러낸다면 법관의 신분 보장이 어려워져 결국 승진에서 탈락한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등 여러 가지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분고분한 판사들이 고위직에 올라 강자에게 치중하고 소신있는 판사들은 법원에서 배제되면 결국 그 피해는 약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이를 막기 위해 판사의 정년을 보장하고 같은 기수의 판사에게 똑같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문 부장판사는 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 당시 사법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썼고 지난해 말 판사 33명과 함께 사이버 법관 공동회의를 만드는 등 수차례 법조계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