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집에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축구대표팀 히딩크 사단에 깜짝 발탁돼 12일부터 대구에서 시작되는 훈련에 참가하는 최성국(고려대)은 한 가지 많이 서운한 게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새집으로 이사했는데도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 계속해서 합숙훈련을 한 까닭이다. 3월부터 청소년대표팀에 있다 지난달 30일 대학선발팀에 뽑혀 일본을 다녀왔고 다시 축구대표팀 훈련에 참가해야 한다.
새로 이사한 집은 최성국에게는 처음으로 생긴 우리집이다. 6000만원을 대출받아 산 6600만원짜리 19평 빌라. 그 동안은 계속 월셋방에서 살았다고 한다. 고려대 조민국 감독은 이사하던 날 성국이 아버지(최창모씨42)가 40년 만에 내 집 마련한 기분 아느냐며 전화를 했더라고 말했다.
넉넉하지 못한 어린시절이었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살던 서울 용산구 삼각지 근처 집은 허름한 창고를 개조해 절반은 연탄창고로 쓰고 나머지를 방으로 만들어 가족들이 같이 지냈다. 아버지 최씨는 아들이 키(1m70)가 크지 않은 것은 당시 좁은 방에서 다리를 제대로 못 뻗고 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성국은 조기축구회 회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운동장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축구를 시작했다. 동네축구를 휘저었던 최성국은 본격적으로 축구를 하기 위해 6학년인 11월에 부천 동곡초등학교로 전학을 했다. 축구부가 있는 역곡중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서였다. 비교적 늦게 축구에 입문했기 때문에 역곡중과 정명고 시절 이를 악물고 훈련을 했다. 단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드리블 연습에 치중했다.
마라도나를 닮는 것이 꿈이었다. 운동 후 쉴 때면 마라도나의 경기 비디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정명고 박이천 감독은 재질을 타고낭 선수들은 좀 게으르기 마련인데 성국이는 노력하는 천재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최성국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0년 진주 MBC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정명고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리틀 마라도나라는 별명도 그때 붙었다. 그 해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됐고 지난해 FA컵 축구대회에서는 4골을 넣어 김은중(대전시티즌)과 함께 득점왕에 올랐다. 그리고 올 3월 열린 일본청소년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축구 팬에게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잘 하는 형이 많아 주눅들지 않을까 걱정돼요. 대표팀에 뽑힌 날에는 밤에 잠도 오지 않던걸요. 그래도 좋은 패스가 많이 올 테니 더 잘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월드컵 무대를 향한 최성국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