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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송이 꽃바다향기가 출렁댄다

Posted April. 25, 20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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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지키고 서 있는 것은 두 개의 바위였다. 오랜 풍화작용에 깎이면서 모나지 않게, 별로 위압적이지 않게 그러나 온갖 사연을 모두 담은 듯이 서 있는. 허리 구부정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할미 할아비 바위라고 했다.

지던 해가 바위 사이 바다에 잠시 머물 듯 수평선 위에 자리잡았다. 누가 이름 지었을까.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섬(안면도)이라고. 그 이름처럼 이 섬에서는 어느 해변도 완만하고 전체적으로 굴곡이 심하지 않아 걷기에 편한 느낌을 준다.

그 중에서도 꽃지는 예쁜 그 이름 때문에 눈에 띈다. 10여개의 안면도 해수욕장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졌다. 바닥의 모래는 매우 곱고 넓다. 할미 할아비 바위는 이별을 겪은 부부가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마주 보고 있다는 안타까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해변은 성내지 않고 조용했다. 밀려 오는 파도 소리뿐이었다. 바위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 곁으로 노란 유채꽃이 진한 향기를 풍기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해안가라 바람이 거세지만 안면도의 바람을 평온함속에 맞이하게 해주는 것은 소나무다. 조선시대 궁궐재료로 썼다는 키 큰 안면송 사이에서는 서면 거센 해풍도 잦아든다. 해변의 사구 뒤편에서 묵묵히 바람벽을 자처하고 선 소나무의 숲. 백년이 넘었어도 기골은 장대했다. 늠름한 소나무들이 늘어선 풍경은 속되지 않은 기품을 풍긴다. 그런 소나무로 둘러싸인 해변의 풍경. 역시 안면도 해변과 함께 기억될 만하다.

그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안면도 자연휴양림이다. 3km나 되는 긴 산책로는 해변이 바라다 보이는 멋진 곳을 지난다. 걷다 보면 소나무 향이 몸에 배일 만큼 숲향기가 짙다. 해변과 숲의 풍치를 두루 즐길수 있는 곳. 산책코스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게다가 꽃지해변은 자연휴양림에서 지척의 거리다. 걸어서 30분 정도나 될는지.

5월19일까지 계속될 국제 꽃박람회장이 들어선 곳이 바로 여기, 꽃지와 휴양림 사이다. 이 축제는 일본 중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30개국의 170개 단체 및 업체가 참가해 펼치는 꽃의 월드컵이다.

24만평의 축제장에는 실내전시관(8개)과 야외정원(13개)과 수목원이 들어섰다. 총 56종의 꽃 185만본(1억송이 가량)이 심궈진채 개막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실내전시관은 각각 꽃과 새문명 코스모스 꽃음식전시 등 저마다 주어진 주제를 꽃으로 표현하는 곳이다. 꽃과 새문명관에서는 영상을 통해 꽃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평화를 지향하는 세계건설의 메시지를 보낸다. 코스모스관에서는 춤추는 꽃(중국 윈난성) 튤립(네덜란드), 꽃꽂이(일본) 등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꽃을 전시한다. 꽃음식 전시관에서는 진달래파전 진달래술 국화전 등 130가지나 되는 꽃과 음식의 만남을 전시 판매한다.

야외정원에 있는 평화의 뜰은 스탈린그라드(러시아), 백마고지 등 전장에서 퍼 온 흙에 유채 백합 카네이션 장미 등 꽃을 심어 평화를 상징하는 설치예술과 같은 작품. 수목원에는 한국의 전통정원을 재현하고 백목련 산철쭉 갈참나무 등을 심어 두었다.

꽃박람회장의 출입구는 꽃지해변. 각 전시관을 거쳐 수목원으로 가면 곧바로 안면도 자연휴양림에 연결된다.둘러 보는데 꽃박람회장은 4시간반, 자연휴양림은 1시간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