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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속 타잔은 왜 수염이 없을까?

Posted April. 27, 2002 10:57,   

日本語

흡혈귀의 비상

미셸 투르니에 지음

428쪽 1만5000원 현대문학

프랑스 문단의 거장인 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쓴 독서노트. 영국 독일 등 유럽 전체 문화권의 고전들에서 대중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텍스트를 작가 특유의 세련된 프리즘으로 분광()하듯 해석해낸다.

타잔은 왜 수염이 없을까? 야성의 인간이니 당연히 수염이 텁수룩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에게 수염이 없는 이유는, 그가 꿈의 대상인 관념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짜 어른이기 때문에 영원히 동정이며 루소가 에밀에서 제시한 아이-어른이라는 꿈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스탕달의 적과 흑은 왜 두 세기에 걸쳐 그토록 열광의 대상이 됐을까? 사람들은 흔히 얘기되듯 줄리앙 대 사회의 투쟁 보다는 야심가 줄리앙과 감성가 줄리앙의 투쟁을 이 책에서 읽어내기 때문이다. 기존의 질서에 맞서는 투쟁을 위해 그는 검이 아니라 섹스를 선택한다. 돈 주앙과 혁명가의 혼합물이 줄리앙 소렐인 것이다. 이런 짜릿한 해석들에 비하면, 귄터 그라스가 양철북에서 성장이 멈춘 주인공을 통해 독일 성장소설의 전통을 전복하려 했다는 시각은 평범하기까지 하다.

한 권의 책은 흡혈귀다. 그것들은 살과 피를 가진 독자를 찾아 그 온기와 생명으로 제 배를 불리고자 미친 듯 헤매어 다닌다. 얼마간 엽기적으로 들리는 제목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