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의 약세 행진이 미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회복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주말판에서 보도했다.
26일 마감된 달러당 원화 환율은 1293원. 1월에는 1331원까지 올랐었다. 달러당 엔화도 1월 134엔에서 이날 128.14엔으로 떨어졌고, 유로화도 유로당 달러환율이 1월 0.86달러에서 이날 0.8987달러로 상승해 달러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엔화는 달러당 120엔으로 떨어지고 1유로는 0.95달러까지 올라 달러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IHT는 전했다.
두 신문은 환율 변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시장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무역적자가 달러 약세를 부추길 전망.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4170억달러(약 542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4.1%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3년 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적자를 메우려면 전세계 달러 저축액의 10% 규모가 필요한 셈이다.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수출을 40%가량 늘려야 한다는 계산인데 이를 위해 수출가격을 낮출 경우 달러 가치는 또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예상된다는 것.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본 동원도 여의치 않다. 미국 주식시장이 엔론 사태와 기업들의 수익률 부진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미국 자본이 유럽과 동남아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 최근 유럽시장의 자본유입은 미국시장의 3배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수요 침체로 국외 시장에서 살길을 찾고 있는 일본과 유럽 등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에서 달러 하락은 시장에서의 수요 공급 조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달러 가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다른 나라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곽민영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