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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

Posted May. 13, 20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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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 차장(41)은 한 달 전까지는 운전할 때 중학교 2학년생인 외아들을 절대 태우지 않았다.

낮 졸림증 때문이었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면서 깜빡 잠들었다 차가 갓길로 들어가 지지직하는 소리에 놀라 깬 적도 있다. 졸릴 때 이용하려고 운전석 옆에 뾰족한 것을갖다 놓았지만, 사정을 아는 사람은 그의 차에 동승하지 않는다.

그는 거래처의 임원에게 사업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도 순간적으로 잠에 빠진 적이 적지 않다. 허벅지를 꼬집고 입술을 깨물다가 자신의 코고는 소리에 놀라서 깰 때의 민망함이란. 그는 민망함을 느끼면서도 내려오는 눈꺼풀을 어찌할 수 없었다.

김 차장은 지난달 초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심전도, 코골이 정도, 혈압, 호흡 상태 등을 체크하는 수면다원검사를 받았다. 병명은 중추성 수면무호흡증. 잘 때 뇌에서 호흡을 담당하는 숨골이 호흡을 하는 근육들에 신호를 보내는 것을 깜빡깜빡 잊어버려 자주 숨이 멈추는 병이다. 밤에 제대로 못자 늘 낮에 피로하고 잠에 빠졌던 것이다.

그는 코를 심하게 골았지만 의사는 수술을 받으면 숨을 쉬는지 안쉬는지를 옆 사람이 알 수 없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수술을 만류했다. 김 차장은 대신 코에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넣어주는 일종의 산소마스크를 끼고 잤다. 이와 함께 수지침 이론에 따라 중지에 지압용은()골무를 끼고 잤더니 코고는 소리도 많이 준 듯했다.

김 차장은 요즘 식곤증 외에는 낮에 조는 일이 완전히 사라져서 새 삶을 사는 것 같다면서 올 여름에는 아들을 태우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서 낮에 조는 낮졸림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시험칠 때, 면접볼 때 심지어 맞선을 볼 때나 성행위 때에 조는 사람도 있다. 특히 병적 낮졸림증은 교통사고로 이어지기 일쑤여서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원인별로 치료받아야 한다.

병적 낮졸림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밤에 잠을 못 자면 건강에 해롭다.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성인은 8, 9시간은 자야 한다. 알람시계 없이 자서 깬 다음 피로하지 않았을 때의 시간이 적절한 수면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이성주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