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를 누가 장악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20일 월드컵 열기와 각종 게이트의 여진() 속에 치러질 지방선거의 향배에 대해 20일 이렇게 진단했다. 국민의 관심이 결국 어느 쪽으로 쏠릴 것인가가 지방선거의 막판 승부를 가르는 고비가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실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선거 때는 하루 민심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피 말리는 게임을 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가능한 빨리 게이트 국면을 접고 월드컵분위기로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게이트 정국의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이한동() 총리가 20일 3당을 방문, 정쟁() 중지와 월드컵 협조를 공식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청와대와 민주당 측의 현실적 이해와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언론에서는 온통 대통령의 아들 얘기뿐이지만 국민들의 진짜 관심이 무엇인지 여론조사를 해보니 첫째가 주식, 둘째가 월드컵, 셋째가 대통령 아들 비리 문제였다며 아들 문제만 넘어가면 국민들의 관심이 월드컵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이 같은 전망엔 노 후보 측의 희망도 담겨 있다.
김민석() 서울시장후보 캠프의 공동본부장인 이해찬() 의원은 여론조사를 해보니 지난주 홍걸씨의 검찰 소환과 구속으로 민심이 바닥을 친 것 같다며 민주당 후보들이 상승세를 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나라당의 전략은 민주당의 이런 상황인식의 대칭점에 서 있다. 최소한 이달 말까지라도 대통령의 아들 문제가 이슈로 살아 있어야 지방선거에서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월드컵 정쟁 중단 호소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게이트 정국의 불씨 살리기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의 구속 이후 대정부 공세의 과녁이 차남 홍업()씨가 간여한 권력형비리와 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몸통 공세로 옮겨갈 태세다. 특히 루머나 의혹 제기보다는 새롭게 드러난 비리의 실체를 문제삼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정쟁 중단 호소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에 대비해 공세를 계속하되 가능한 시비의 소지가 큰 장외투쟁 등은 자제하면서 합법적인 정당활동 범위 내에서 대정부 비판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윤영찬 정연욱 yyc11@donga.com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