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밤(Dirty Bomb)이 더러운 음모론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 언론과 민주당은 미 행정부의 발표 시점이나 지금까지 드러난 용의자의 범행 수준 등으로 미뤄볼 때 더티 밤 테러기도 발표는 의회의 청문회 등 정치적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물타기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미 언론은 우선 발표 시점을 문제삼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공조 미흡 등 911테러 대처 책임에 대한 의회의 청문회가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 맞춰 테러범 검거를 발표한 것은 청문회에 쏠릴 세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이 예정에도 없던 TV 생중계로 현지에서 직접 발표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발표 내용도 의문 투성이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11일 테러 기도 혐의로 체포된 압둘라 알 무하지르가 구체적인 테러 음모를 꾸몄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더티 밤을 제조하려면 먼저 방사능 물질을 확보해야만 하는데 무하지르가 이를 입수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 또 설령 무하지르가 방사능 물질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그가 더러운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과 설비를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변호인 접견권도 주지 않은 채 무하지르를 서둘러 군 형무소로 이감한 것도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식 기소도 되지 않은 마당에 구금기한도 없이 구금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
이에 대해 미 행정부는 터무니없는 모략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음모론 논란은 점차 미 행정부 발표의 진실성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2일 인터넷 판에서 영국과 유럽의 관리들도 이번 사건 발표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도 11일 인터넷판에서 이번 발표는 미 행정부가 최근 주기적으로 발동하고 있는 테러 위협 경고와 마찬가지라며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1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를 방문해 테러 예방을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 적의를 품고 최악의 무기를 개발하는 국가들과 연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기흥 하종대 eligius@donga.com orionha@donga.com